어느날 곁에 있던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져 평소처럼 호흡을 하지 못하고 헐떡거린다면,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거나 환자를 흔들어 깨우려고만 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 심폐소생술을 익혀둔 사람이라면 그는 그 누군가의 목숨을 기적처럼 되살릴 수 있다. 이른바 '5분의 기적' 또는 '기적의 손'으로 불리는 심폐소생술. 김해지역 최초로 '기본심폐소생술(BLS:Basic Life Support)' 교육기관으로 선정된 갑을장유병원 (e-좋은중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훈철 소장(응급의학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기적의 손'이 되는 법을 배워 보자.

■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기적의 손'
평소 고혈압을 앓아오던 A(장유·남·55) 씨. 아파트 주위에서 가벼운 걷기를 하다 갑자기 가슴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옆에 함께 있다 놀란 그의 아들(23)은 즉각 119에 신고한 뒤 군 복무 때 배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그후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해 병원 응급센터로 A 씨를 옮겼다. A 씨는 3일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 갑을장유병원 기본심폐소생술 교육센터 관계자들이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고 있다. 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응급의료센터 안훈철 소장.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B(장유·여·60)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함께 있던 며느리는 급히 119에 신고했지만, 응급처치법을 몰랐다. 급한 마음에 바늘로 시어머니의 손가락을 따고 등을 두드렸지만,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응급상황에서의 빠르고 적절한 대응은 소중한 목숨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안훈철 소장은 "장소는 상관 없이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져 호흡을 잘 하지 못하고 헐떡거리다 의식을 잃으면 심정지 징후로 볼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즉각 119에 신고를 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해야만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체에 명확한 위해를 가하지 않은 이상 심폐소생술로 인한 사고의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없도록 '선한 사마리안 법'이 제정돼 있다"면서 "환자가 다칠지 모른다며 걱정할 필요 없이 즉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심폐소생술 왜 필요한가
심정지 발생 후 5분 이내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면 환자는 회복할 수 있지만, 5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심각한 뇌 손상 또는 뇌사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중요하다.
 
따라서 심정지 발생 후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2만 명 이상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 중 2.4% 정도만 생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정지 환자의 3분의 2 이상은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심장 박동에서 심실의 각 부분이 무질서하게 불규칙적으로 수축되는 '심실세동'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심실세동을 치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기충격을 가하는 '제세동'으로서, 성공률은 심실세동 발생 후 1분이 지날 때마다 7~10%씩 감소된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의 생명은 제세동을 포함한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안훈철 소장은 "지역적·환경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분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심장리듬이 제세동이 불가능한 무수축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이라고 말했다.
 
■ 심폐소생술 어떻게 하나
심폐소생술은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일반인들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응급처치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1차적인 처치일 뿐이므로 119신고를 조금이라도 늦춰서는 안된다.
 
흉부압박은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서,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환자의 심장과 뇌가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발견했을 때에는 어깨를 두드려 봐 반응과 호흡을 동시에 확인한 뒤, 주위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고 AED를 가져오도록 지시한다. 이때 소극적인 요청보다는 과도하다고 할 정도의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면서 "신고하세요" "가져오세요"라고 지시하듯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주위 사람들이 없을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119에 신고를 한 다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심폐소생술의 시행 순서는 흉부압박-기도확보-구조호흡 순으로 해야 한다. 흉부압박시에는 깎지를 낀 뒤 손목 관절에서 손바닥으로 연결되는 손꿈치로 환자의 가슴 정중앙 흉골 하부 2분의 1을 압박한다. 한 손은 누르는 손의 손가락을 들어준다. 압박 깊이는 성인의 경우 최소 5㎝ 이상이고, 1~8세의 아동은 가슴 부위 직경의 최소 3분의 1(약 5㎝) 정도, 1세 미만의 영아는 약 4㎝ 정도가 적당하다. 압박속도는 분당 최소 100~120회 정도이다.
 
기도 확보는 손바닥을 이용해 환자의 이마를 윗쪽 아래 방향으로 당겨주며, 이때 다른 한 손으로는 턱 부분을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겨야 한다.
 
구조호흡은 환자의 입과 구조자의 입이 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밀착시킨 뒤, 환자의 코를 막고 1초 동안 환자의 가슴이 상승할 정도로 바람을 불어넣는다.
 
흉부압박과 구조호흡의 비율은 30회와 2회를 1주기로 하여 5주기로 반복해서 실시하며, AED가 도착하면 사용설명서와 녹음된 음성지시에 따르면 된다. 주의할 것은 AED에서 "리듬분석을 합니다"라고 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할 때의 지시인 "쇽이 필요합니다"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구조자는 함께 구조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라고 큰 소리로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기충격 때 환자의 몸에 구조자의 신체가 닿아 있으면 감전이 되기 때문이다.
 
의식이 없는 영아의 경우 발바닥을 두드리며 "아가야~ 아가야~" 하고 반응 여부를 확인하고, 손가락 2개를 수직으로 눌러 흉부압박을 한다. 다른 요령은 성인과 같다.
 
목에 무언가 걸려 기도폐쇄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우선 "목에 뭐가 걸렸나요"라고 물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의사표시를 하면 바로 하임리히 술기를 시행해야 한다. 하임리히 술기는 기도폐쇄 환자의 뒤에 서서 오른손 엄지를 나머지 손가락 안쪽으로 가게 주먹을 쥐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환자의 명치 아래부분을 눌러 위쪽 방향으로 세게 잡아당기며 압박한다. 이물질이 빠질 때까지 실시하되 환자의 의식이 점점 없어지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1세 미만 영아의 경우엔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팔 위에 엎어놓고 등을 손바닥으로 친 뒤, 바로 엎은 다음 손가락으로 흉부압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된다.
 
안훈철 소장은 "심폐소생술은 생각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응급상황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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