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년쯤 시설로 보내져 어려운 환경 이겨내며
가야금 통해 꿈 펼쳐 "해외에서 공연 꿈  모두 용기 내세요"

올해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단장 문재숙)에 입단한 최유림(25) 씨는 꿈을 이루었다며 들뜬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줄로만 알았던 최 씨가 속내를 털어놓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 챌수 없었다. 최씨에게 힘든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태어난 지 1년 쯤 됐을 때 '시설'로 보내졌어요. 그때부터 쭉 그곳에서 자랐죠."
 
최 씨는 남다른 환경 탓에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한테서 놀림을 받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다른 시설에 살고 있는 아이가 소문을 냈어요. 제가 시설에서 지낸다고. 자기도 상황이 똑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친구들한테서 왕따를 당했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어서 나쁜 생각까지 했었죠."
 
그후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다. 친구들은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고, 가야금을 접하게 되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원장님께서 음악심리치료를 권하셔서 '농촌의 아침'을 작곡하신 김동조 선생님께 치료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몰랐는데 갈수록 국악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재능도 인정받고…. 지금 가야금을 하고 있는 것도 선생님 덕분인데, 돌아가시는 바람에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전했어요."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을까.
 
"한번 찾아보려고 했어요. 수소문 끝에 한 수녀원을 찾아냈는데 거기가 끝이었어요. 기록들이 온전하게 있을 리가 없었죠. 그러고 나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잘 됐으니까요. 제 미래를 위해서 지금에 더 충실하기로 했어요."
 
최 씨는 사춘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시설의 큰언니로서 책임을 다해야 했기 때문에 반항같은 걸 해볼 틈이 없었다. 맏언니로서 동생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최 씨는 최근에 등산한 기억을 떠올렸다.
 
"산을 탔는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간 이가 너무 힘들어 했죠. 제가 그랬어요. 물마시고 여기서 쉴래? 아니면 얼마 안남은 정상까지 가 볼래?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다 생각하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최 씨는 정상까지 갈 것인가, 중도에서 포기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환경은 환경일 뿐이라는 것이다. "꿈을 향해 나의 생각을 실천해 나간다면,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 최 씨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제 악기를 가지고 해외에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에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처지 때문에 위축돼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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