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시간대 지나친 휴식은 리듬 깨
충분한 수면 위해 운동 필수적
손수건·옷에 묻혀 맡는 라벤더향
정신적 안정·피로 감소 효과
냉이 간·소화 기능 활성화 도움
취나물·미나리 등은 식욕 돋워

최근 부산에서 김해로 발령받아 매일 출퇴근을 하는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요즘들어 부쩍 까닭없이 노곤해지거나 밥맛이 떨어지고 밤에는 잠을 설치기도 한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반 출근시간대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서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 그러리라 여겼고, 바뀐 생활 환경에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 동료들도 나른함과 식곤증, 식욕감퇴,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호소하고 있어서,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른바 '춘곤증'. 춘곤증은 겨우내 추위에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이 갑자기 풀어지면서 자율신경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봄이 되면 학년도 바뀌고 직장에서도 새로운 인물들을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환경의 변화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키고, 불안·우울·스트레스를 유발해 피곤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봄이 되면 기온이 상승하고 덩달아 피부온도가 상승하게 돼 근육이 이완되는 것도 춘곤증의 한 원인이 된다. 이밖에 봄이 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 반면, 겨우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체내에 축적된 영양분이 부족해지면서 이러한 증세가 나타난다. 부산 삼세한방병원 공복철 대표원장은 "춘곤증은 겨울동안 운동이 부족하고 과로로 피로가 누적된 사람일 수록 심하게 나타난다"며 "평소에 빈혈증상이 있거나 소화기가 약하고 아침 잠이 많은 사람, 추위를 잘 타는 사람,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외부 환경에 대한 신체적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로 춘곤증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로 건강유지
겨울에 비해 봄철에는 밤이 짧아지고 일조량이 많아 수면이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휴식보다는 약간의 운동이 필수적이다. 봄철 노곤한 증상 때문에 낮잠을 자거나 지나친 휴식을 취하게 되면 신체가 이완되고 리듬이 깨져 불면증이 생기고 춘곤증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로 무기력해진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유산소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춘곤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톡 쏘는 느낌의 박하(페퍼민트)향은 졸음을 예방해 주고 라벤더향은 정신안정과 피로회복에 좋다. 향수처럼 손수건이나 옷에 묻혀 냄새를 즐기거나 가습기 물에 섞어 방향제처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한방치료
한방의학에서는 피로감과 함께 팔다리에 힘이 없고 자주 땀을 흘리는 기허(氣虛)현상이 나타나면 인삼·황기를 주로 한 사군자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으로 치료한다. 안색이 좋지 않고 손톱과 입술이 창백하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움, 빈혈, 귀울림, 생리불순 등 혈허(血虛)증이 나타나면 사물탕, 팔진탕, 건중탕, 당귀보혈탕, 귀비탕 등이 효험이 있다.
 
또 체중감소와 함께 갈증이 자주 나고 작은 일에도 잘 놀라며 불면증과 식은땀 등 음허(陰虛)증상을 보이면 생지황과 맥문동을 주로 한 자음강화탕, 육미지황탕 등을 쓴다. 허리 아래가 항상 차고 무릎이 약하며 소변을 자주 보고 조루현상을 보이는 양허(陽虛)증상이면 부자와 육계를 주로 한 팔미환, 우귀음으로 치료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조낙찬한의원 조낙찬 원장은 "주의해야 할 점은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춘곤증으로 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라면서 "갑상선질환, 당뇨, 빈혈, 심장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질환, 암 등이 있을 경우에도 자주 피곤해지므로 증상이 심할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춘곤증을 없애는 봄나물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식사와 정상적인 수면, 충분한 휴식, 과다한 음주와 흡연의 자제, 적당한 운동 등을 실천하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과 폭식을 피하고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아침을 굶고 점심 때 과식하면 춘곤증이 가중된다.
 
봄철에는 특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봄나물은 '베타카로틴'이라 불리는 비타민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서 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봄나물은 또 엽록소가 유난히 많아 혈액과 간장의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하며 대사기능을 촉진하는 좋은 건강식품이다.
 
대표적인 봄나물인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많은 편이어서 간장기능과 소화기능을 도와준다. 혈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 특히 좋다. 작은 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달래는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쑥은 냉한 속을 데우고 필요 이상으로 몸에 저장된 수분을 없애준다. 쑥에는 무기질과 비타민A와 C가 풍부해 체내 저항력을 길러주고,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복통이나 자궁 출혈 증상의 개선에 효과적이며 생리통 치료, 강장제로도 그만이다. 한방에서도 봄나물은 좋은 식품이자 약재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
 
이밖에 취나물 새순과 미나리, 두릅, 씀바귀 등도 각각 탄수화물, 비타민 등이 풍부해 식욕을 돋궈주고, 유난히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이 계절,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쑥, 냉이, 달래, 취나물, 두릅 등 봄나물과 잡곡을 섞어 혼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춘곤증에다 빈혈까지 있는 사람은 콩나물과 우거지가 듬뿍 들어있는 선지국을 섭취하면 좋다.

도움말=부산 삼세한방병원 대표원장 공복철·김해 조낙찬한의원 조낙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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