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재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문화네트워크 대표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와 버린듯합니다. 낮 시간은 벌써부터 선풍기로 버티기가 쉽지 않아 간간히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에어컨 없이 그냥 부채 하나로도 잘 버틴 여름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현대인들은 쉬는 날 집안에 누워 뒹굴 거리면서 휴대폰 속 세상을 서핑하고 배고프면 몇 번의 클릭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습니다. 하루 종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문자독해의 홍수 속에 살다보니 오해와 갈등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점점 일상의 무엇인가에 익숙해져갑니다. 처음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참 불편했는데, 이제는 늘 함께하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낯선 환경에 무뎌지며 우리는 때론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게 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문화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은 '만남'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시너지, 관심이 제가 하는 일들을 더 발전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제는 그 '만남'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마음이 영 갑갑합니다. 
 
학창시절, 한창 사랑과 연애에 관심을 가지던 때, 영어속담시간에 배운 문장을 되새기면서 많은 공감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그리고 이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남녀의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와 일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번 만나서 많은 것들을 풀어놓기보다 정기적, 지속으로 만나고 관계의 깊이를 키워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많은 문제들을 꾸준히 고민해보고 변화시켜가는 일을 해보는 것을 콘셉트로 일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실제 만남을 통해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깊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더 이상은 일상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는 일, 실행하면 부담스러운 일이 돼 버렸습니다. 가장 부담이 되고 답답한 일은 이 상황이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앞으로의 변화들을 예측합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인류의 삶이 코로나 전후로 또 한 번 큰 틀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류의 전환점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어 질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공부하고 사회성을 배워온 아이들은 매일 발송되는 알림문자와 교육방송으로 공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친구들을 그리워합니다. 대화가 그립고, 같이 했던 많은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대면 사회를 살면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이 비대면 수업을 통해 기존의 교육을 그리워하듯, 문화공연 관계자와 관객들은 실제 공연의 현장감을 아쉬워합니다. 많은 공연이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함께 한 공간에서 누리던 행복함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가 어렵습니다. 결핍으로 남습니다.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헤어지면 더 보고 싶어진다).'
 
정말 사랑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깊이 애쓰며 관계했는지, 내 삶의 알곡과 가라지가 나뉘는 시간입니다. 이제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지금 더 보고 싶어지는 이들이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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