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정 수정안과 원장

길을 가다보면 허리가 꾸부정한 상태로 위태하고 불안스럽게 걷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스마트폰을 드려다 보면서 걷고 있느라 그러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앞을 잘 보지 않고 걸어가다가 길가에 서 있는 물체들에 부딪히기도 하고 도로 위로 돌출되어 있는 물체들에 걸려서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보행 중의 사고 외에도 버스나 택시 안에서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있느라 안전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아서 사고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보면 앞서가는 차가 비틀거리면서 느림보 운행을 하든지 정지 신호가 주행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등 교통신호에 대응을 잘못하는 차들을 만나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차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운전자가 음주 상태가 아니라면 스마트폰의 화면에 빠져서 전방 주시를 하지 않고 있는 '스몸비(smombie)'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여러 가지 모바일 기기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을 잘 인지하지 못한 채 넋 빠진 시체인 좀비처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좀비란 부활한 시체라는 뜻으로 아이티 등의 서인도제도 사람들이 많이 믿고 있는 부두교라는 종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좀비는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등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공포의 대상물 중의 하나로 보통 부패한 시체가 걸어 다니는 흉측한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좀비가 나오는 최초의 영화로는 1968년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미국 영화였고, 한국 영화로는 1980년의 '괴시'가 최초입니다. '워킹 데드'라는 미국 드라마와 '부산행'이라는 한국영화가 좀비로 크게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또 좀비의 중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강시'가 나오는 중국 영화가 한때 커다란 인기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지난 24일에 국내에서 개봉한 '살아있다'라는 영화에 좀비가 등장하면서 암울한 요즘의 코로나19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흥행은 어떨지 앞으로 두고 봐야겠습니다.  
 
스마트폰은 2007년 1월 9일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나오면서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의 효시는 1993년에 나왔던 IBM의 '사이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사이먼'은 스마트폰이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PC의 고급 기능들을 휴대전화에 접목하였으므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이먼'은 무겁고 커서 휴대성이 떨어지고 배터리 이용 시간이 1시간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899달러로 현 시가로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였습니다. '사이먼'은 이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판매 부진으로 2년 만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2007년에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진정한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편리한 생활 도구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흉기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육교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에 발이 끼여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길에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길을 걸을 때 시야의 폭은 56%, 전방주시율은 15%나 감소하게 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을 때의 속도는 보통 때보다 많이 늦기 때문에 교통신호의 변경이나 돌진하는 차량, 사물 등에 대한 인지와 대처가 늦어져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행 중 주의분산 실태와 사고특성 분석'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의 61.7%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보행자 주의 분산으로 인한 사고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전 국민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특히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몸비'인 것으로 밝혀져서 매우 심각한 실정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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