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터넷 기반 DVD업체로 시작
20여 년 만에 세계 콘텐츠 '큰손' 성장
소비자가 원하는 체제 정착 위해 혁신
기술·산업 체제 전환기 성장 비결 담아



1998년 넷플릭스(Netflix)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DVD 대여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신생 스타트업인 이 기업이 '블록버스터'나 '무비 갤러리'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영화·게임 대여 체인점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두 대형 비디오 체인 기업들은 모두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2010년 사라졌다.
 
넷플릭스의 2019년 매출액은 202억 달러였고, 올 3월 기준 시장 가치는 1630억 달러에 달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1억 8300만 명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190개국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유통·제작·배급자로 성장했다.
 
국내 AI 전문가인 저자는 <넷플릭스 인사이트>에서 온라인 DVD 대여업체에서 출발해 글로벌 미디어 거인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초고속 성장 비밀과 파괴적 혁신 전략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의 성공을 기술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성공 비결은 정교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 토대 위에 기술과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발판으로 과감하고 끈질기게 혁신을 추진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넷플릭스가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거인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파격적 혁신 과정과 '사용자 중심'의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비디오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블록버스터는 경직되고 관료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만기일과 연체료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배송의 안정성과 신속성을 위해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고, 월정 구독액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온라인 대여 사업의 모델을 고객 친화적으로 바꿔나갔다.
 
당시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 월마트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DVD 우편 구독 대여 사업이 주춤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불편과 혁신에 대한 수요를 자세히 조사한 끝에 DVD를 우편으로 받고 반납하는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으로 시기상조라는 당시 업계 반응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스트리밍의 기술적 가능성을 조사했고, 2007년 1월 '즉시 시청'이라는 이름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후 콘텐츠 소비 방법을 완전히 바꿔놓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 미디어 분야 혁신을 이어갔다. 미디어 사업 핵심인 콘텐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할리우드 스튜디오 의존 관행에서 벗어나 2013년부터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획기적인 혁신을 단행했다. 혁신은 이어졌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기존 콘텐츠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했다.
 
현재 1억 8300만 명의 넷플릭스 유료 회원은 1만 2000개가 넘는 콘텐츠를 시청한다. 넷플릭스는 사용자 시청 습관과 관련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우수한 예측 알고리즘을 사용해 고객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최적의 시청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넷플릭스 고객 70~80%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추천하는 콘텐츠를 받아들인다.
 
대표적인 예가 스릴러 시리즈물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이다. 넷플릭스는 시청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회원들이 영국 BBC에서 방영됐던 영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이들이 케빈 스페이시의 작품과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도 즐겨 시청한다는 것을 알았다. 넷플릭스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을 맡고 케비 스페이시 주연으로 제작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했다.
 
넷플릭스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을 예측한 뒤 과감하게 파일럿 과정을 생략하고 거액을 투자했다. 콘텐츠 제공도 시즌 1의 에피소드 13편을 일괄 공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기존 영화계 관행을 송두리째 뒤엎는 파격적 사건이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기존 방송사 입지가 약화하며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헤게모니가 옮겨가는 전환점이 됐다.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시점에 틀을 깨는 혁신으로 엄청난 성장을 한 넷플릭스 성공 스토리와 성장 비결이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온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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