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한글박물관이 내년 3월 외동 나비공원 인근에 문을 연다. 사진은 김해한글박물관 소장 유물. 사진제공=김해시

내년 3월 외동 나비공원 앞 개관
김해 출신 두 선생 유품 등 전시
허웅, 국어학 연구·후학 양성 기여
이윤재,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



김해가 배출한 근현대 국어학계의 거목인 한뫼 이윤재(1888~1943)·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을 기념하는 김해한글박물관(본보 8월 12일자 3면 보도)이 내년 3월 외동 나비공원 인근에 문을 연다.  
 
김해한글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590㎡ 규모로 조성된다. 기획전시실과 1·2전시실, 세미나실, 수장고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건물은 지난 7월 준공 됐으며 전시시설 설치공사가 연말까지 마무리된다.
 
박물관 내부는 두 선생의 유품과 유족들의 기증품들로 꾸며진다. 
 
허웅 선생의 장남인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이 보관하던 유품과 의복, 감사패, 육필원고 등이 포함된다. 김해시는 현재 '조선말큰사전', '큰사전' 등 사전류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 연구를 위해 발행한 연구서적, 1970년 이후 국어 교과서 등 4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 ㈜홍기종합건설 황동렬 대표가 기증한 잡지 '한글'은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이 조선어연구회를 만들어 일제강점기인 1927년 2월 동인지 형식으로 발간한 것이다. 편집인 겸 발행인은 신명균, 편집동인은 이윤재, 최현배 선생이다. 이윤재 선생의 글은 창간호에 실렸다.
 
또한 2017년 3월 당시 김해중부경찰서 김상구 서장이 기증한 '표준조선말사전'도 희귀자료다. 이 도서는 1957년 '큰사전'이 출간되기 전까지 현대의 규범사전 역할을 했다. 작고한 이윤재 선생을 대신해 책머리에 그의 사위이자 제자인 김병제 선생이 이 사전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현재 쓰이는 우리말 위주로 기록했고 옛말은 싣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 한글학자 이윤재(왼쪽)·허웅(오른쪽) 선생.


허웅 선생은 주시경, 최현배의 대를 잇는 국어학계의 태두로 최현배 선생에 이어 1971년부터 2004년 향년 87세로 타계할 때까지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글학회 회장을 맡아 한자 배격과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기 위한 한글운동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이후 고교 교사를 거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된 그는 해방 이후 최현배 선생과 한글학회를 일궈냈다. 1945년 광복을 맞아 고향인 김해서 한글 강습을 열어 우리말, 우리글을 보급했으며 1947년부터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서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어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전념했다.
 
이윤재 선생은 국어학자이자 한글로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이다. 김해공립보통학교, 대구 계성학교에서 공부했다. 1919년 평안북도 영변학교에 재직 중 3.1운동이 일어나자 이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고 평양감옥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중국 문물을 배워 우리 문화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중국 베이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24년 귀국,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1928년 한국학 전문잡지인 '한빛'의 창간과 편집 겸 발행인으로, 1932년부터는 '한글'지의 간행과 편집 겸 발행책임자로 활동했다. 
 
1927년 조선어연구회 우리말사전 편찬위원이 되고 1934년 설립된 진단학회에 가입, 국사 연구에도 참여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함경남도 흥원경찰서에서 구금 중 고문으로 55세를 일기로 옥사했다.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한글박물관 뒤편 나비공원에는 이윤재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5년 높이 2.7m, 너비 2m로 조성한 기념조형물이 있다. 2016년 대구에 있던 선생의 묘비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허웅 선생의 제자인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우리 말글을 가꾸고 지켜온 한글학회를 광복 이전에는 이윤재 선생이, 광복 이후에는 허웅 선생이 이끄셨다"면서 "이 분들을 기리는 김해한글박물관이 조성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전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한글박물관이 개관하면 현 김해시장의 공약으로 2016년부터 추진 중인 박물관도시 프로젝트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지금까지 수도박물관, 진영역철도박물관, 목재문화박물관 등 10개 공립박물관을 확충했으며 지금도 인도박물관, 시립박물관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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