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2
(천명관 지음/예담/각375p내외/각1만2천800원)

여기 이소룡을 꿈꾸며 살았으나, 짝퉁에 머물고 만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각종 사고, 실수, 실패, 우연, 열정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지난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던 장편소설 '고래'로 한국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천명관 소설가가 신작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고래'에서 선 굵은 장편 서사를 맛본 독자들이 반가워할 작품이다. '고래'가 기존의 한국소설이 보여주지 못했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환상적인 세계를 펼쳐 보였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적 현실의 공간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새겨낸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담아냈다. 이소룡을 꿈꾸며 살아가는 '권도운'은 태어날 때부터 서자라는 운명적 굴레를 안고 출생했다. 무술실력은 뛰어나지만,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이 남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연히' 큰일에 연루되며 복잡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판, 삼청교육대, 신흥도시의 폭력조직, 살인현장, 첫눈에 반해버린 여배우 등 권도운이 겪어내는 일들은 우리가 지나온 한 시절에 다름 아니다. 삼촌 권도운을 바라보는 '나'의 인생도 만만치 않다. 권도운을 둘러싼 모든 주인공들의 삶이 또한 그렇다. 천명관의 문장을 읽으며 웃다가, 한숨 내쉬며 안타까움에 젖다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책장을 덮을 때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세상을 살다가는 사람의 인생이란 게 누구나 '용(龍)의 길'을 걸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비록 우리가 '레알 이소룡'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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