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부뚜막고양이
지난 24일 이루마아트홀에선 …
끼를 보여주고 싶었던 '고양이들'
분장은커녕 맨날 보던 모습 그대로
노래와 춤·연주 한 무대에 버무려
관객·출연자 구분도 없이 신나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잘 놀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고민을 했다. 그리고 '사고'를 쳤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진지했던 '2012 부뚜막고양이 옴니버스 콘서트'.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6시 부원동 이루마아트홀에서 열렸다. 부원동 갤러리카페 '부뚜막고양이'의 회원들이 자체 제작한 콘서트이다. 그림 보고, 영화 보고, 기타 배우고, 노래 부르고, 좋은 공연 보러 다니고, 틈틈이 술 마시고 하던 '고양이'들이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었다.
 
고양이들은 한 달 전 부터 자신의 끼를 만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회원들을 수소문했다. 노래, 춤, 연주 분야에서 골고루 출연자가 모였다. 초청 출연팀도 섭외됐다. 공연 리플릿은 A4 용지 앞면에 복사했다. '달랑 이거'다. 그래도 기념엽서를 제작했고, 기념 티셔츠도 80장이나 만들었다. 기념엽서는 보는 사람마다 집어갔고, 티셔츠는 불티나게 다 팔렸다.
 
이날 공연 장소였던 이루마아트홀은 회원과 '출연자들의 다정한 벗'으로 꽉 찼다. 다녀간 관객만 150여 명이나 됐다.
 
무대 울렁증으로 손이 조금 떨려도 상관없었다. 출연자도 관객도 '다 아는 사이'. 좀 망가져도 상관없는 날이었다.
 
한 출연자는 너무 떨려서 술 한 잔 하고 무대에 올라섰다고 고백했고, 공연과 공연 사이에 무대가 바뀌는 장면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분장은커녕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무대에 등장한 출연자들. 그래서 조금만 꾸미고 등장해도 객석은 난리가 났다.
 
▲ 관객들의 큰 호응을 모은 '죄송한 밴드'의 공연.
감동할 준비를 하고 참석한 관객들. 그들은 무대가 이어질수록 감탄을 연발했다. 조용한 공연 때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고, 신나는 에어로빅 공연 때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출연자와 관객이 어쩌면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절대 절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다. 박수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잘하면 잘해서 놀라워했고, 실수를 하면 실수를 해서 재미있어 했다.
 
공연의 마지막. 14명 회원들의 합창이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희한한 합창단'이었는데, 공연안내 때 슬그머니 '부뚜막합창단'으로 둔갑했다. 명색 합창인데, 한 달의 연습기간 동안 모두 모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먹고 사느라 다들 나름 바쁘기 때문이다. 공연 당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14명이 모두 모여, 가까스로, 처음으로, 딱 한번, 소리를 맞춰보는 리허설을 했다. 관객들 앞에서는 솔직히 그런저런 사정을 털어놓았다. 혹여 실수라도 하면 좀 봐 달라는 의미였다. 관객들은 아랑곳없이 즐거워했다. 14명이 손잡고 서 있는 것만 봐도 재미가 난다며 웃었다.
 
기자는 공연 내내 사진 촬영을 하는 회원들이 있어서 사진 촬영을 접었다. 신문에 실을 사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고양이들의 몫이 돼야 할 것 같아서였다.
 
공연을 지켜본 판화가 주정이 씨는 "예전에는 추수가 끝나면 마을사람들이 타작마당에서 잔치를 하며 놀았다. 그 놀이를 소극장 무대로 옮긴 형태이다. 공연은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고 즐기는 게 최상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작가 김용주 씨는 "경쟁심 없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자리"라며 공연 장면을 빠짐없이 렌즈에 담았다.
 
부산에서 공연을 보러 온 김옥련(김옥련발레단 대표) 씨는 "예술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정말 귀한 공연"이라며 "나도 이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 이런 움직임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여 공연을 지켜본 한 관객은 이렇게 말했다. "공연이 계속되면, 조만간 김해의 명물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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