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가장 자랑할 만한 육체의 아름다운 특질입니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다 개원한 지 1개월밖에 안된 내 명함에 새로 새긴 글귀이다.
 
건강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문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장이지만, 환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건강에는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 온 것 같다.
 
실제로 인턴 때 특별히 나에게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던 가정의학과 3년차 선배 한분이, 갑자기 복부 통증으로 맹장염이 의심돼 개복수술을 했다가 '대장암 말기(복막전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또 내과 의사로 하루 200~300여명의 환자를 상대하며 진료에 열정을 쏟다가 운동 도중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던 분이 생각난다. 남겨진 유족들을 보면서 환자들의 건강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자신의 건강을 미처 챙기지 못한 고인이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내과의사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실제로 내시경 한번 제대로 받을 시간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정기검사도 정작 본인은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에게 어떤 질환이 발견되었을 때 전혀 손쓸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은 병원도 많아지고 건강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의사인 나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환자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레지던트 수련 받을 때 "의사는 환자를 보면서 배운다, 환자는 의사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수없이 강조하던 내과 과장님의 말은 이런 느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에 감사하며,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하나씩 짧은 문구라도 건강과 관련된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 진료를 시작하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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