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손님 많아져 장사 더 잘됐으면…"

큰 마트들 때문에 갈수록 장사 안돼 작년엔 더 심했지 그래도 큰돈은 안되지만 자식에 짐 안되고파 죽을 때까지 여기서 돈 벌어야지

시계는 어느덧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김해 부원동 새벽시장은 파장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좌판을 벌인 상인들이나 대충 천막을 친 간이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 모두 손님을 불러 세우기에 아직 바쁘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시장에는 평소보다 더욱 찬 기운이 돌고, 손님들은 옷깃만 더 꽁꽁 여밀뿐 주머니에 넣은 손을 쉽사리 빼지 않는다. 상인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겹겹이 입고 나왔다. 그래도 온몸 구석구석에 찬바람이 스민다.
 
박미순(가명) 할머니도 그 속에 좌판을 벌여놓고 있다. 장사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추위에는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박 할머니는 두툼한 옷을 몇겹씩 껴입고 또 껴입었다. 자꾸 얼어붙는 손은 불을 피운 후 물을 끓여 녹인다. 날씨가 춥다보니 이웃한 상인들과 대화도 없다. 모두 말없이 불을 쬐거나 채소 등을 다듬고 있다.
 
박 할머니는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새벽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2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생선, 새우, 조개 등 각종 해산물을 팔고 있다.
 
새벽시장은 보통 오전 4시쯤 되면 상인들로 가득 찬다. 손님들은 6시 이후나 돼야 드문드문 모습을 보이건만, 상인들은 일찍부터 나와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이들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거의 낮밤이 뒤바뀐 생활이다.
 
"나는 3시쯤 되면 여기 나온다. 그 전에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가가 물건 떼오고…. 계속 그래 살고 있어."
 
박 할머니의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지만 새벽시장은 언젠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심이었던 부원동이 쇠퇴했고, 결정적으로 2000년 내외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서면서 손님이 차차 줄어든 것이다. 박 할머니는 "특히 지난해 장사가 지독하게 안 돼서 힘들었다"며 "이 주변에 그 큰 마트가 생겼다아이가"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홈플러스'라는 그 마트의 이름은 모른다. 할머니가 잘 알지도 못하는 마트가 할머니를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혼자 생활한다. 혼자 밥을 해 먹고 혼자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혼자 눈을 뜬다. 어떻게 보면 주변에 사람이 많은 시장이 집보다 나은 것이다. 다행히 몸은 건강하다. 그러나 할머니도 다른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입버릇처럼 '죽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죽지를 못해서 여기 장사하러 나온다.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되는 거 아이가."
 
그래도 박 할머니는 장사를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한다. 어차피 큰 돈을 벌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할머니도 알고 있다.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박 할머니는 자식 걱정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머니의 새해소망은 '부디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인다. "장사가 잘 돼서 돈을 좀 벌어가 죽을 때 잘 죽을라고 그란다." 주변사람들, 특히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뜻이다.
 
2011년에도 박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새벽시장에 손님들이 몰려들기를, 이런 좋은 변화들이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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