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오염된 공기, 소음, 바쁜 일상…. 여러모로 각박한 도시에서 베란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투리 공간이다. 최근들어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어 유기농법으로 가족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농작물을 키우는 '베란다 텃밭'이 인기다. 내가 과연 농작물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꽃을 키워본 적이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도전해 보자. 때맞춰 물과 거름을 챙겨주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 기를 수 있다. 기르는 재미도 쏠쏠하고, 직접 수확해서 먹는 보람도 있는 '베란다 텃밭', 어떻게 만들까.

# 베란다 텃밭, 환경이 중요해요
텃밭을 만들기에 앞서 우리 집 베란다가 어떤 환경인지부터 먼저 살펴보자. 맑은 날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습기가 많은지 아닌지 등. 그늘이 지는 곳에서는 햇볕이 많지 않아도 잘 자라는 쌈채소가 좋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는 열매채소를 키운다.
 

베란다 텃밭은 물과 거름만큼이나 통풍이 중요하다. 특히 한 여름에는 베란다의 높은 온도로 인해 작물들이 죽어버릴 수 있으므로 자주 점검해 줘야 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베란다가 온실 역할을 할 수 있다. 밤에는 신문지나 비닐봉투를 씌우고 낮에는 문을 열어 환기를 잘 시켜준다면 2월 말부터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흙은 채소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제공하고 지지대의 역할을 한다. 상토는 코코피트, 피트모스와 같은 유기물이 풍부해 채소가 잘 자란다. 배양토는 분갈이 토양으로 보습력과 배수성의 장점을 가진 혼합토이다. 일반적으로 상토와 배양토를 함께 섞어 쓰거나 배양토만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
 
물은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베란다의 일조 상태나 텃밭 상자의 위치, 흙의 배합, 작물의 종류 등에 따라 적절하게 줘야 한다. 흙의 양이 적을수록 물을 자주 주고, 흙이 말랐을 때는 상자 밑 부분이 잠기도록 물에 담가 충분히 흡수시키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물을 줄 때에는 밑으로 물이 흘러나올 만큼 흠뻑 주고, 아침이나 해질녘에 주도록 한다.
 
▲ 흙을 담을 수만 있다면 일회용 커피컵, 플라스틱병 등 어느 것이든 화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텃밭의 일조 시간은 8시간인데 베란다는 보통 그보다 적다. 충분히 햇볕을 쬐지 못한 채소는 웃자라고 부실하다. 채소가 잘 자라게 하려면 온도를 20도 전후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베란다 텃밭을 꾸미려면 특별한 화분이 필요할까? 아니다. 흙을 담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화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티로폼 상자, 플라스틱 그릇, 일회용 커피 컵, 쌀자루 이 모든 게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훌륭한 장소가 된다. 구멍을 잘 내서 물이 잘 빠지게 해주면 어떤 화분이든 상관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다.

# 베란다 텃밭에서 키우기 좋은 작물
베란다에서는 한 쪽 면으로만 채광이 되고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면서 들어오는 빛의 양과 종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키우는 것이 좋다. 베란다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는 상추, 방울토마토, 쑥갓, 부추, 시금치 등이 있다.
 
상추와 쑥갓 같은 쌈채소들은 손바닥 크기만한 얕고 작은 화분에서도 잘 자란다. 반그늘에서도 잘 크는 편이지만 햇볕을 넉넉히 받고 자란 것이 잎이 튼튼하고 향도 좋다.
 
쌈채소들은 씨앗을 심을 때(4월, 9월)는 손가락 한 마디 이하로 얕게 골을 파서 줄뿌림하고 손가락 끝으로 살짝 흙을 덮어준다. 2주 정도 이후에 싹이 트면 건강한 것만 남겨두고 솎아준다. 모종을 심을 때는 한 뼘 정도 간격으로 심고, 잔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하고, 너무 깊이 심지 않도록 주의한다. 상추나 겨자체 등 쌈채소는 밑부분의 큰 잎부터 차례로 살짝 돌려 깨끗이 따 먹는다. 쑥갓은 상추와 달리 순을 따 먹는데 꽃대가 올라오면 잎이 작아지고 맛이 없어지므로 부지런히 수확해야 한다.
 
방울토마토는 꽤 크게 자라므로 깊고 큰 화분에서 길러야 하며, 한 나절 이상 직사광선이 들고 바람이 잘 통해야 한다. 방울토마토와 같은 열매채소는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편리하다. 베란다와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기르면 수확해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한정적이다. 본가지 하나만 키우고 곁순은 과감하게 잘라주자. 어느 정도 자라면 튼튼하게 지주를 세워주고 2주일에 한번 이상 웃거름을 듬뿍 주자. 쌀뜨물은 버리지 말고 챙겨주면 열매가 튼튼해진다.
 
부추는 대표적인 거름성 작물이므로 밑거름을 충분히 넣어주고 키워야 한다. 한 뼘 정도 깊이라면 다양한 크기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다. 부추같은 경우는 한 뼘 간격으로 줄뿌림을 하면 되는데, 잎을 가위로 잘라 먹으면 계속해서 수확할 수 있다. 봄마다 뿌리를 캐서 분갈이를 해주면 수확량이 떨어지지 않고 잘 큰다. 부추는 그 특유의 향 때문에 해충이 잘 생기지 않는다. 열매채소 옆에 부추나 파 같은 채소들을 키우면 병충해 방제효과가 있다.

# 그냥 농약은 No, '천연농약' 만들기
베란다에 텃밭을 가꿨다면 내가 키우는 농작물을 수확하기 전까지 병해충으로부터 보호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농약을 뿌린다면 직접 길러서 먹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럴 땐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들로 '천연농약'을 만들어 사용해 보자.
 

식용유와 계란 노른자를 섞은 난황유는 일주일 간격으로 잎의 앞뒷면에 골고루 묻도록 충분한 양을 뿌려주면 매우 효과적이다. 식용유가 진딧물이나 응애 같이 작은 해충방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 하지만 새순에 너무 많이 살포하면 생육이 억제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만드는 방법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물 한 컵에 계란 노른자를 넣고 2~3분간 믹서기로 섞어준 다음 그 물에 식용유를 첨가해 다시 믹서기로 3~5분간 혼합해준다. 만들어진 난황유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면 된다.
 
집에 있는 비누를 사용해도 좋다. 살충효과를 갖는 비누는 일반 비누가 아닌 물비누를 사용해야 하는데 주성분이 천연유지인지 가성가리(수산화칼륨)인지 확인하고 쓰도록 하자. 1~2 티스푼의 물비누를 1ℓ의 미지근한 물에 잘 섞어준 뒤 뿌려주면 된다.
 
베이킹소다는 곰팡이병 방제에 효과적이다. 베이킹소다 5g 정도를 물 1ℓ에 타서 매주 뿌려주면 된다. 그밖에 고추씨, 마늘, 담배 등에 들어 있는 살충 성분을 추출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도움말=(사)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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