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부재 속 안부 목소리 전해
일러스트, 영상, 설치 작품 등
코로나 시대 ‘예술’ 의미 상기


지난해 우리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사회적 위기를 맞았다. '일상'을 잃음과 동시에 그 가치를 깨닫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멀어진 상실감 역시 이어지고 있다. 늘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들의 부재 속에서 우리들의 기분은 과연 '안녕'할까?
　
이러한 물음에 대답이 아닌 '위로'로 답한 전시가 있다. 스페이스가율에서 펼쳐지는 겨울방학 특별전 '안녕 : 파인 땡큐, 앤유?'가 바로 그것이다. 김해문화재단 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가율은 장기화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장은 '촤르륵'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와 파스텔 톤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을 시작하면 거울 속 초대작가 '켡(박현지)'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관람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시간을 넘으며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보부상 '보부'와 일상 감정을 공유하는 '켡'이다.
　
그 옆으로 모빌작품 '정령을 위한 선물'과 '레이어 박스' 작품이 눈에 띈다. 파스텔 색감을 가진 모빌작품이 영롱한 빛을 냈다. 여러 개의 레이어가 더해져 완성된 '레이어 박스'도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레이어가 하나 둘씩 겹쳐질 때의 모습과 각각의 레이어가 모두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면 입구서부터 울리던 '촤르륵' 소리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플립북(flipbook)이다. 플립북에 동작감지센서를 달아 관람객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장면이 넘어가게 한 것이다. 플립북은 종이들 위에 움직임을 연속으로 그려 빨리 넘기면 그림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일상 속 경험들에 이야기를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자동으로 넘어가는 장면들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처럼 생생하다. 그 뒤로 작은 사이즈의 '수동형 플립북'도 마련돼 있다. 직접 손으로 돌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작품 역시 그 재미를 더한다.
　
이어 한쪽 벽면에 조성된 '드로잉 벽' 작품과 '안녕 손인사 프로젝트'가 있다. '안녕 손인사 프로젝트'는 전시장에 설치된 꽃 조형물에 관람객이 직접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스티커는 손모양으로, 마치 '안녕'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관람객이 남기고 간 손인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블루 out!', '2021년 올해도 행복하게 해줘' 등 소망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그 외 족자 작품 '켡스런 민화 시리즈'와 각각 피어남·컬러링을 주제로 한 2개의 영상작품으로 전시가 이뤄졌다. 이번 특별전은 따뜻한 색감을 품은 작가 켡이 전하고 싶은 위로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어느 새 '나는 나 너는 너'와 같이 물리적·심적으로 멀어진 서로에게 '안녕'을 묻는 것이다. 전시는 코로나19의 좌절감 속에서도 그 가치를 빛내온 예술이 가진 '치유'의 역할을 보여준다.
　
박현지 작가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안녕'이다. 인사가 될 수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안녕'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하고 흔하던 단어지만, 코로나19 시대에는 무척 귀하고 중요한 단어가 된 것"이라며 "책가도 등 민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 희망적인 '안녕'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하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젊은 예술가다. 그는 사람들의 상호작용 에너지가 가장 활발한 동네 시장이 코로나로 단절되고 회피돼 가는 것이 아쉬워 이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을 작품으로 기록 중이다. 코로나19와 추위로 유난히 혹독하게 느껴지는 겨울날, 전시장을 찾아 함께 '안녕'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이어지며, 어린 아이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도록 작품의 눈높이를 맞췄다. 관람료는 전액 무료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