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한빛 김해뉴스 독자

대중들은 창작가의 결과물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걸 넘어서서 자신만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성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들이 내미는 잣대는 매우 엄격하고, 때때로 창작가의 본래 의도를 해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CHAT-SHIRE(챗셔)'를 들 수 있다. 이 앨범은 아이유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전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앨범 발매 즉시 아이유는 수록곡 7곡 모두가 차트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일명 '줄 세우기'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이 앨범은 수많은 대중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수록곡 'Zeze'의 가사가 소아성애를 연상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제제 논란은 인터넷상에서 소아성애, 롤리타 마케팅,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뜨거운 토론을 촉발했으며, 여러 유명인사가 가세하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도 소개되면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나는 아이유가 받은 비난이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유는 2008년 음악성을 내세우며 발라드곡 '미아'로 데뷔했을 당시에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음 해에 귀여운 이미지의 댄스곡인 'Boo'를 타이틀로 한 정규 1집을 들고나왔고 이때부터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으로 이어지는 댄스곡 3곡으로 연달아 흥행 가도를 달리며 국내 솔로 여가수 중 정상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에서 언급한 곡들에서 아이유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컨셉이 제제 논란의 핵심인 롤리타라는 것이다. 여기서 롤리타란 조숙한 숙녀를 뜻한다. 창작자의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아이유는 앨범 발표 후의 한 인터뷰에서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섹시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제제'가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고, 이 성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제의 가사를 써낸 것이다. 모티브란 새로운 창작이나 표현을 유인하는 소재 또는 장치이다. 때문에 아이유의 가사 속 제제는 원작 소설의 맥락에서 이해하거나 해석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3의 세계에 존재하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이다. 아이유의 제제는 원작 소설의 작가인 호세 바스콘셀로스의 영역이 아니라 아이유의 영역인 것이다. 대중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하나의 정답은 없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으며 누군가는 제제의 아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제제가 지닌 양면성을 섹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원작을 비틀거나 재해석하는 것, 기존의 맥락에 따라 비난하는 일은 모두 창작자에게 가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그러한 폭력 속에서는 새로운 시도, 예술의 다양성도 존재할 수 없다. 창작가의 결과물이 많은 사람의 취향을 충족시키면 대중예술로 사랑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작 목적이 '대중예술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면 예술은 그 자체로 예술일 뿐,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대중들의 선호를 따를 필요는 없다. 때문에 대중들이 판단을 내리겠다는 식으로 재판관이 되어 옳다,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창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일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할 권리를 갖고있는 것은 아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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