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 영도구 문화원에서 초급반 사진교실 수업을 듣는 아줌마이다.
 
디지털 카메라 나들이 재미에 푹 빠진 초보 아줌마들의 봄맞이 출사지는 좀 멀리 두 시간 정도 코스로 김해로 결정했다. 삼월 중순에 대성동고분박물관, 건설공고, 수로왕릉을 둘러보았다. 김해는 대학 다닐 때 한 두 번, 지금은 12살이 된 아들 견학 차 두 번 다녀갔었다.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대형 건물과 가게들에, 수정터널을 통한 이동 시간 단축에 놀라며 대성동고분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먼저 고분 산책길에 올라 박물관 외관과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금관가야에 올라 서 있으니, 박물관에 전시된 고분들의 흙먼지가 코 속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유적지 주위에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이 신비의 나라 가야를 말해주려는 듯, 곳곳이 홀로 봄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
 
다음은 봄의 향기 매화를 렌즈에 담기 위해 건설공업고등학교로 향했다. 아직 활짝 피지 않은 봉우리와 어우러져 부분부분 핀 꽃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체육 시간에 올라오는 남학생들의 함성 소리가 매화나무의 만개에 힘을 보태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황금 알 여섯 중 먼저 태어난 가야의 첫 왕, 백성을 아낀 왕, 김수로왕의 능으로 갔다. 뒤뜰에 핀 노오란 산수유꽃이 아내, 허 황옥을 향한 사랑의 꽃다발처럼 느껴진다. 경주 왕릉처럼 크지는 않지만, 도심 속에 있는 수로왕릉은 부산과 김해의 거리만큼 가깝게 느껴진다.
 
짧은 나들이지만, 천천히 혼자서 셔터를 누르면서 둘러 본 김해는 옛 가야에 마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쯤이면 김해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을까? 하루에 모든 걸 다 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김해를 즐겨야겠다. 그 첫 번째로 남편, 아들과 함께 구지봉을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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