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10주년 기념 에세이집
가장 '글 맛'나는 산문 35편
희망·행복 염원 목소리 담아


'우리가 아직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수많은 믿음의 교감 중)'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남는다면 그저 행복하겠다고 고백하던 한국문학계의 별,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다. 그의 많은 저서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판되는 가운데 책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역시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이자 영원한 현역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박완서의 작고 10주년 기념 에세이집이다. 작가가 생전 써 내렸던 660여 편의 산문 중 가장 '글맛' 나는 35편의 작품을 선별해 담은 책은 그를 그리워하던 이들 모두에게 새해 선물이 되고 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나뉘어 작가가 지나온 생애 전반의 가치와 희망, 행복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앉은뱅이 거지를 만나거나 철거될 건물을 바라보던 비 오는 날의 기억들,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 느꼈던 시절 머무르며 마음의 고향이 된 베네딕도 수녀원의 언덕방, 마음이 부자인 이들이 세상에 더 많아지길 바라는 소망, 서로 사랑하는 것이 곧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일임 이야기하는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가 책 속 곳곳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또한 독자들은 책을 통해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할머니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박완서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박완서 작가는 책 속에서 가장 힘 있는 목소리로 누구보다 따스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매우 일상적인 풍경에서 시작해 세상의 따스함과 행복, 올바르게 사는 법뿐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운 이면과 사회의 부적절한 현상까지 비춰내기도 한다.
 
책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가장 소박한 모습으로 우직하게 펜을 잡아온 작가를 더 절절히 그리워하게 만든다. 전쟁의 상흔, 분단의 고통, 남편과 아들의 죽음으로 지난한 길을 거쳐 왔음에도 단단한 진심으로 독자들을 만나온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넉넉하다'는 말을 좋아하던 박완서, 한때 죽음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안식으로 다가왔던 박완서, 1970년 첫 작품 '나목'을 통해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던 박완서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책 속 산문 '중년 여인의 허기증'을 통해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이라고 다짐하듯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도 다시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지친 마음에 울적한 날이라면, 포근한 품처럼 따뜻한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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