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하이테크 곽삼율 사장(사진 왼쪽)이 스크린 글래스 인쇄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가전 제품의 디자인이 상당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앙드레 김, LG전자는 알프레도 맨디니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패턴을 외관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글래스 스크린 인쇄'라는 특수 인쇄 기술이 없다면 가전 제품에 구현될 수 없다. 글래스 스크린 인쇄는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에 잉크를 접착시키는 고난도 인쇄 기술이다. 김해시 안동공단에 위치한 대한하이테크(대표 곽삼율)는 이 특수 인쇄 분야를 선도하는 지역의 자랑이다.
 
국내 몇 안되는 전용라인 갖춰 5년만에 연매출 30억 넘어서
일본서도 "배우고 싶다" 러시 … 신제품 개발·수출에 박차

대한하이테크 곽삼율 대표는 "지난 2006년 설립한 대한하이테크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글래스 스크린 인쇄 전용 라인을 갖춘 기업이다"면서 "최근 인쇄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특수 인쇄 분야의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하이테크도 설립 5년 만에 연 매출 30억을 넘나들고 있다.
 
곽 대표가 인쇄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그야말로 운명적이었다. 곽 대표는 언론인 출신으로 사회 첫발부터 '잉크 밥'을 먹었던 셈이다.
 
곽 대표는 "IMF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공중분해된 후 부산 어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등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았다"면서 "그러던 중 우연히 스크린 인쇄를 알게돼 관련 회사에 입사한 후 창업까지 했으니 잉크밥 팔자를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고 웃어보였다.
 
곽 대표가 특수 인쇄 분야에 뛰어들었을 당시 스크린 인쇄는 상당히 생소해 경쟁 업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시장은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곽 대표는 "당시 철야를 해가며 비몽사몽 상태로 일했을 정도로 주문량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곧 특수인쇄 분야에도 경쟁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곽 대표는 이 때부터 고부가가치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 쪽에 정열을 쏟았다. 잉크의 성분을 분석하고 제품을 냉장고에 10일 간 넣어 보거나 자외선을 쬐이고 물에 끓여보는 등 화학 실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곽 대표는 "과거에는 유리에 잉크를 장착한 인쇄기술을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꿈의 기술'을 성공시켰고 그 이후 대한하이테크가 LG의 디자인 및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협력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하이테크의 글라스 판넬 인쇄 기술은 현재 일본에서도 직접 배우러 올 만큼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다. 곽 대표는 "일본에서 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토요토미사에서 3일 동안 돌아가지 않고 진지하게 시찰하더니 우리 회사와 거래하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다"고 자랑했다.
 
일본측과의 거래 성사는 대한하이테크에 또 따른 수출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됐다. 기술면과 디자인적 접근, 그리고 2년 동안의 노력으로 제품의 우수성이 증명되자 러시아 등지로 판로를 개척된 것이다.
 
최근 곽 대표는 근무와 생산 환경, 기술 보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화학물질이 많이 포함된 글라스 잉크를 다루다 보니 잉크에 포함된 불순물이 일으키는 냄새 때문에 사원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던 것이다.
 
곽 대표는 "세계 최대 종합화학업체인 듀폰 사에 냄새를 없앨 방법을 의뢰했고 듀폰과 함께 2년 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냄새와 유해 물질을 완전 제거한 안전성 높은 잉크를 개발해 좀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거두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하이테크는 글라스 판넬 위에 홀로그램을 표현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국내 시판 전에 이미 일본에서 수요층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곽 대표는 "특수인쇄 분야 쪽에서 전문적으로 스크린 인쇄를 배울 학과나 환경이 별로 없어 인재 양성이 어렵다"면서 "현 추세가 인쇄보다는 디자인 방향으로 나가는 실정이라 디자인과 결합시켜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