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임호고등학교는 2018년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연구학교로 운영 중에 있다. 사진은 임호고 1학년 교실. 최인락 기자


3년 전부터 시행한 김해임호고
문이과 교차수강으로 만족도 ↑
과목 밀집·시험 조율 문제 발생
휴식공간, 학습의 장 교내 마련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듣는 새로운 제도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관련 기준도 최근 마련됐다. 1학점은 50분 수업 16회로 3년간 총 192학점을 채워야 졸업자격이 생긴다. 3분의 2 이상 출석을 해야하며 학업성취율 40% 이상 충족할 경우 이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고교학점제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에 <김해뉴스>가 고교학점제를 선제적을 시행하고 있는 김해지역 고등학교를 찾아 실제 운영과정을 지켜봤다.
 

◇문·이과 교차수강 = 김해 임호고등학교는 2018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제도를 시행 중이다. 3학년 기준으로 국·영·수 계열 12과목 기초학문과 사회·과학 계열의 15과목 탐구학문 가운데 학생들은 학년당 6개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임호고는 문·이과 계열간 구분을 없앤 이른바 '교차 수강'을 적용했다. 이공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지리나 세계사 등 문과 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반대로 문과 학생들도 이공계열 학문을 배울 수 있다. 수강인원의 상한선은 없다. 때문에 수강생이 100명 이상인 '인기과목'이 있는가 하면, 전체 평균 수강생의 3분의 2 이하로 폐강되는 과목도 있다.
 
파일럿을 꿈꾸는 이공계열 3학년 강준혁(19) 학생은 "항공·기계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물리·지구과학같은 수업을 들어왔는데 지난해 2학기에는 세계사를 수강했다"면서 "세계사는 미래 파일럿인 제게 보다 넓은 세상을 알게해 주는 강의였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전재민·이현석 학생도 각각 전자전기, 의생명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지만 정치와 법, 동아시아사 등 강의를 신청했다. 이들 학생은 "문·이과의 벽이 없다보니 학문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 임호고등학교 전경. 최인락 기자


◇시험일정 조율엔 어려움 = 자유 선택에 따라 다양한 학과목이 개설되다보니 운영에 문제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시험일정 조율이다. 한 반이 같은 시간표를 사용하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제다. 3일 정도되는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선택과목 시험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만만치 않다.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르고 특정과목에 수강생이 몰려 있으면 시험장 배분도 쉽지 않다. 
 
이번 3학년을 기준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과목인 '화법과 작문'에는 3학년 전체 185명 학생 가운데 154명이 수강한다. '영어 독해와 작문' 과목의 경우에도 수강생이 130명에 달한다. 이런 경우 한날 한 시에 교실 전체를 나눠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강인원이 적은 심화영어작문(23명), 확률과 통계(35명) 등의 과목은 수강생이 많은 다른 과목 시험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과목별 밀집도와 시험과 시험 사이의 공간시간 등은 시험일정 배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공동체 사고 필요 = 본격 고교학점제 운영에 앞서 임호고는 도비 약 2억 원을 지원받아 교육 공간을 재편했다. 교내 유휴 부지나 기술실 등 사용빈도가 낮은 공간에 솔바람카페, 홈베이스, 임호그루터(가칭) 등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구성원들의 의견 수용을 위해 '학생참여자'를 선발, 공동 설계에 나섰다. 7회차의 긴 브레인스토밍 끝에 수요 조사를 끝마치고 시설 개발을 시작했다. 이렇게 마련된 공간은 휴식공간과 학습의 장으로 사용된다.
 
임호고 교육과정부장 김은경 교사는 "교육이라는 것이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부터 공동체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타자의 결정이 아닌 스스로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자율성과 책임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장래를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학업에 증진하다보면 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최인락 기자 ir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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