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학점제 문제로 지역 고등학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관련 취재를 끝마치고 퇴근했는데 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고교학점제 관련 자료를 메일로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때 시간은 오후 9시 30분. 답변으로 퇴근 여부를 묻자, '업무가 남아 아직'이라는 회신이 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은 대부분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 못하는 고민도 있어 보였다. 이로 인한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과목 선택 다양화를 목표로 일부학교에서 시행 중인 것은 맞지만, 이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교사들은 업무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시험기간 1개월 전은 '지옥'이 따로 없다. 학생의 시간표가 제각각인 탓에 시험장 배정과 시험일정 조율을 해야한다. 이후 평가는 또 다른 몫이다.
 
문제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내는 대안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수업 이외의 부분에서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면 그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 이에 따라 제도 자체가 속 빈 강정이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고교학점제와 같은 선진적인 교육 방법을 도입하지 말자는 소리는 아니다. 학생들을 위한 사업인 만큼 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교사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도입까지 앞으로 4년. 그전까지 교사 업무 부담 해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해뉴스 최인락 기자 irr@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