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심 김해수필협회 회장

무인시스템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셀프 주유소, 주차장 정산시스템, 무인카페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무인(無人),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단 뜻이다. 무인카페에 들어가 보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비교적 쾌적한 실내다. 손님이 스스로 키오스크에 주문과 결제를 한다. 기계가 만들어준 커피를 뽑아 마신다. 예전의 길거리 자판기가 고상하게 원두를 속에 담고 실내로 들어왔다. 
 
동전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무인 빨래방도 많이 생겼고, 거기에 무인 과일 가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도 많다. 상주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도난사고도 제법 있나 보다. 곳곳에 나를 감시하는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일이 생긴다니 뜻밖이다. 주인 입장에선 종업원 한 사람 쓰는 인건비보다는 싸게 치니 도난금액이 많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무인편의점도 몇몇 곳에서 시행 중이라는데 이젠 아예 계산대 없는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다. 그 처음은 '아마존 고'에서 시작되었다. 스마트 폰 앱으로 본인인증 후 입장하고 물건을 담아서 그냥 나오면 된다. 아마존은 손님이 고른 물건을 가상 카트에 담아 계산 후 손님 계정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멈추고 기다릴 필요 없는 원스톱 쇼핑 시스템이다.
 
식당의 서빙도 로봇이 한다. 조리사가 만든 음식을 로봇에 얹어주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로봇이 알아서 찾아간다. 물론, 거기까지다. 로봇이 갖다 준 음식은 손님이 탁자에 세팅하고 먹어야 한다. 기계가 그 많은 "이모"들의 일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았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타인과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은 있다. 결제를 현금 대신 카드나 간편결제로만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그 많던 마트 계산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들, 요금소 직원들, 식당의 서빙 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그 발전으로 잉태된 로봇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일자리 변화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기계에 밀려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인기계를 만드는 공장으로 가려고 해도 거기도 로봇이 기계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무인점포가 편리하고 대세라지만 무인점포는 냉정하다. 타협이 없다. 인정도 인간미도 없고 썰렁하다. 지나가다 보면 장사가 안되고 곧 문 닫을 가게처럼 보인다. 점점 사람과의 대면이 힘들어진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니 무서워질 정도다. 
 
오늘도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서 잠시 갈등에 빠진다. 줄 서서 사람이 계산해주는 곳으로 갈까, 나도 바쁜데 한산한 셀프계산대를 이용할까. 그래, 나 한 사람이라도 시대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보자. 계산원 앞에서 줄 서 기다린다. 그렇다고 해서 얼마나 늦춰질까마는 그나마 마음만이라도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켜주고 싶다.
 
나는 몰랐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냅다 달리는 게 세월뿐인 줄 알았다. 그것 말고도 과학의 발전, 기계의 발명이 무섭다. 아직 우리는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발전은 갈수록 격차를 더하고 있다. 나만 도태되는가 싶고 어기적어기적 따라가려니 힘들고 벅차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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