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지 김해뉴스 독자·경남대학교 간호학과

"일단 뭐든 하자. 할 수 있다."
 
불안에 사로잡힐 때마다 나는 이런 주문을 입버릇처럼 외우면서 한발 씩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습관이다. 이 덕분인지 이제는 주어진 일을 회피하지 않게 됐다. 회피한 채, 가만히 있다면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이때까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불청객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 나는 간호 학생으로서 실습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실습을 위해 배운 것을 보고 또 보며 준비하고 있을 때, 코로나19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이닥쳐 병원 실습도 줄줄이 취소됐다. 
 
이렇게 병원 실습도 못나가고 신규 간호사가 되면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했다. 한편으로는 겪어본 적 없는 팬데믹 상태에서 제 몸을 던지는 의료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이때 뉴스를 통해 보이는 사회의 감정들을 보며, 간호학과에 첫발을 내딛던 당시를 보는 것만 같았다.
 
신입생 때의 나는 간호학과에 오롯이 속하기 위해 참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우선 평소 공부하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큰 숲을 먼저 본 다음, 이해 위주로 공부했다. 그러나 이전처럼 공부하기에는 양은 너무 많고 주어진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공부하는 것조차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일주일 중 3일이 넘을 정도였다. 뒤늦게야 내가 겪은 것이 '불안이었구나' 생각했다. 
 
간호학을 배우며 불안과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 참 많이 배웠지만, 현재 내가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신입생 때와는 달리 금새 적응이 됐다. 그리고 병원 실습 대신 방역 수칙을 지키며 교내실습을 이어갔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여 간호 학생들은 차곡차곡 할 수 있는 것을 쌓아갔다. 
 
서로 뉴스를 보고 이야기하며 그 상황이 자신의 것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나눴다. 핵심술기 연습을 하며 병원에서 하지 못하는 만큼 서로에게 연습을 했다. 의료인들은 딱 맞는 치료 방법이 없으면 대체방법을 찾았고, 국민들은 다함께 예방방법을 실천했다. 최근에는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 중이다. 이제는 병원 실습도 조금씩 나갈 수 있게 됐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생각났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한발씩 내딛었다. 앞으로 나아가면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쩌면 우린 매순간 겪은 적 없는 시간을 맞이한다. 그 시간 속에서 어떤 변수가 생기든 일단 발을 떼고나면 다시 내딛는 지점에 길이 생겨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상태로 방향을 트는 것에 예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이젠 알아냈다. 어려운 일을 견뎌내면 그 경험이 강력한 경험이 돼 우리를 지탱해 준다는 것을. 가만히 있었다면 두려움만이 남아 더 큰 상처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젠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그냥'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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