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외국인 리스크 컨설턴트인 제시카·키요미 씨가 보험상품에 대해 설명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 한국 체류 때
 대부분 사망보험만 가입
 의사소통 어려운 점도 걸림돌

 삼성화재 서상동시장 사무실 오픈
 첫 외국인 보험상담사 채용
"가야 할 길 멀지만 열심히 뛸 것"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상담을 해드려요. 국내 1·2호 외국인 리스크 컨설턴트로서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제시카 토랄바(34·필리핀) 씨와 오오시마 키요미(47·일본) 씨는 국내 1·2호 외국인 리스크 컨설턴트(보험상담사)이다. 이들은 김해에서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고, 모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서상동 김해전통시장 인근 삼성화재 부원지점 재래시장인하우스에서 리스크 컨설턴트로로 근무하고 있다. 얼마 전 경남은행에서 외국인 행원을 채용한 사례는 있지만, 국내 화재보험사가 외국인 보험 상담사를 채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화재가 두 이주여성을 보험상담사로 발탁한 이유는 사실상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삼성화재 부원지점 김정환 지점장은 "김해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있는데 소통의 문제로 인해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가입자에게 부적합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 최근 재래시장인하우스를 오픈했고, 두 이주 여성을 리스크 컨설턴트로 채용했다. 외국인들에게 보다 나은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은 말 그대로 상해나 질병과 같은 미래의 불안 요인으로부터 자신과 가정을 지키는 일종의 안전장치에 해당한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각종 보험에 가입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외국인들의 국내 보험가입 실태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험업계에선 외국인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거나 거의 가입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을 따름이다.
 
우선 짧은 체류 기간이 보험가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 체류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망보험 외에는 다른 보험에 거의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보통 3~5년 체류하고, 그 기간에만 보장이 되는 한편 환급률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데, 국내 보험은 대부분 장기 상품이어서 서로 이해 관계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외국인들을 보험 사각지대로 내모는 주된 이유다. 보험 가입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안내받는 것이다. 이미 가입한 다른 보험과 보장 내용이 중복되지 않아야 하고, 상해나 질병시에는 제때, 제대로 보상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국내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에도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상담사의 경우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한 보험사에서 다른 보험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과정에서 기존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으로 바꿔탈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보장조건이 좋은 보험을 해약하고 오히려 기존 보험보다 조건이 나쁜 보험에 가입시키는 사례도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전언이다.
 

▲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상담받을 수 있는 삼성화재 재래시장인하우스의 모습.
외국인들이 보험료가 싼 종류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인 예인데, 보장내용을 제대로 모른 채 싼 보험에 가입했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작 자신이 원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시카·키요미 씨가 리스크 컨설턴트에 도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확한 상담을 해주고, 상해나 질병, 자동차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보장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그녀들의 '꿈'이다. 제시카 씨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남편이 경제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주 여성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설령 가입해도 보험상담사와 소통이 안돼 보장혜택을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를 시작으로 국내 1·2호 외국인 리스크 컨설턴트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지만 숙제 역시 적지 않다. 먼저 보험사의 특성상 실적이 중요한데 아직은 만족할만한 정도가 아니다. 키요미 씨는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의 경우, 국가에서 다양한 보장을 하다보니 보험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가 덜 된 데다 오픈 초기여서 아직까지는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보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보험에 꼭 가입하지 않더라도 이곳 재래시장인하우스에 오셔서 응원도 해주시고 차도 한잔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김해뉴스>의 다문화기획 '따로 또 같이'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010-2546-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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