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대경사’ 대표 조광덕씨가 한쪽 가득한 벽시계들을 가리키며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전형철 기자


창원 지역 유일한 시계전문점
군대 제대 후 바로 기술 습득
경남서 시계부품 가장 많아
중기벤처부 ‘백년가게’ 선정



요즘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벽을 보거나, 손목을 들 일도 없어졌다. 언제부턴가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의 역할이 상당 부분 퇴색됐다.
 
그런 의미에서 창원 마산합포구의 '대경사'는 시계로 가득하지만 시간은 멈춰진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사람 키 높이만한 괘종시계부터, 알록달록 각종 모양의 벽시계, 탁상시계, 손목시계까지 아날로그 '갬성'이 가득한 세상이 열린다. 대경사는 '시계에 관한 한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시계 사업만 집중하며 한우물 경영을 실천 중인 곳이다. 창원에선 유일한 시계전문점으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올해 44년째 대경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광덕(71) 씨는 "옛날엔 좋은 일(大慶)이 있을 때 시계가 최고의 선물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영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는 일제 세이코 손목시계가 웬만한 근로자의 몇 개월 월급과 맞먹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김태호 전 도지사가 기념시계를 맞췄던 일, 창원 발전으로 하나 둘 생긴 공공기관 곳곳에 괘종시계를 납품했던 일 등 시계로 '흥했던' 옛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신나했다. 소싯적 배웠던 서예 솜씨를 뽐내 금펜, 은펜으로 쓱싹쓱싹 '축 개업', '축 취임'이라고 쓴 시계만도 셀 수 없이 많다고.
 
조씨가 시계와 인연을 맺은 건 50년이 넘는다. 20살 군대 제대 후 경남 밀양의 먼 친적집에서 밥만 얻어먹는 대가로 시계 기술을 배웠다. 당시 시계는 사치품으로 치부될 만큼 고가였고, 그것을 수리하는 기술을 배우면 먹고 살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또 일제시대, 해방 이후 한국에 들어왔던 일본인 시계공들 밑에서도 궂은일을 하며 시계 수리 기술을 어깨넘어 배웠다. "제대로된 학원? 그때 그런게 어딨어. 맞아가면서 배웠지. 고치다 부품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면 그땐 죽는거야."
 
그렇게 시계와의 인연은 어느새 '반백년'이 됐다. '뚝딱뚝딱' 그의 손을 거치면 고장난 시계는 새 것이 된다. 태엽 시계는 완전히 분해해 닦고 기름치는 '오버홀' 작업과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치면 수리가 잘되는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자식 시계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시계부품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시대별로 워낙 '무브먼트' 종류도 많고, 아예 구할 수 없는 부품도 있어 모두 고친다고 장담하긴 힘들다. 그는 "낡고 볼품없어 보이는 시계겠지만 누군가에겐 의미가 큰 데, 결국 고치지 못할 때는 주인 만큼이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요즘같은 스마트폰 세상에 시계 사업이라니 어렵진 않을까. 조씨는 "90년대 후반 IMF 때 친분이 있었던 시계도매점 세 곳이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창원에서 거의 유일한 시계전문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시계 수리나 소매에만 전념했다면 나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매 영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기에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현재 대경사는 창원뿐만 아니라 거제, 통영, 고성, 의령, 함안 등 경남 여러 곳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시계 시장이 사양사업이다, 시계가 필요없는 세상이 됐다는 얘기에 그는 "시계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조씨는 "시계 하나만 집중해왔고, 그렇게 잘 살아왔다. 백년가게로 선정된 것처럼 계속해서 시계 사업을 해나가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대경사는 둘째아들인 조윤(41) 씨가 가업을 이어받아, 백년 전통의 시계전문점으로의 확장을 준비중이다.
 
그는 창원 지역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계 수리나 배터리 교체 등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40여 년 시계 하나로 잘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지역민들의 덕분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더 늙고 힘들기 전에 미약하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해뉴스 전형철 기자 qw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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