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도넘은 편견과 차별은 제노포비아라는 하나의 '망령'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해시 서사동 거리에서 한 외국인이 내·외국인들이 뒤섞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수원 토막살인 사건'과 '영등포 직업소개소 소장 살인사건' 이후 국내에 체류중인 중국 동포(조선족)들에 대한 내국인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당선자를 둘러싸고 인종차별적 공격이 자행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망령'이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이른바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이다. 이런 현상은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 등이 경남에서 통합창원시 다음으로 많은 김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불편해 한다는 사실이다.
 
<김해뉴스> 취재팀이 서상동 '김해 외국인 거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무잠(가명·42) 씨. 진례면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는데 최근들어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리 차가워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인 동료들이 별 이유도 없이 의심을 하고 감시를 한다"고 전했다.
 
김해시에서 시행하는 한글교실에 참가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마티스(가명·22) 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 원장한테서 '한국 아이의 부모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와 함께 다니는 걸 꺼린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기피 현상'이 최근 잇따른 외국인 범죄로 인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들만 불편을 느끼는 게 아니다. 외국인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박 모(41) 씨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외국인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다 보니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외국인들을 더 기피하게 된다"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오후 10시 전에 문을 닫고 있는데, 주변 상인들도 외국인이 오면 전에 비해 몸을 많이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혐오증이 위험 수위를 넘기 전에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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