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근없이 27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한 정성욱 씨가 작업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시계처럼 움직여도 항상 즐거워
내 부족함 동료들이 채워줘"

무려 27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해 온 지적장애인이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광실업㈜에 다니는 정성욱(41·구산동)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보통 직장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터. 그렇다면 정 씨는 어떻게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일 김해시 안동에 있는 태광실업을 찾았다.
 
태광실업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신발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정성욱 씨는 이곳에서 27년 동안 한 번도 결근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는데,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 한 직장에서 이토록 오래 일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취재 및 촬영 허가 이후 정 씨와 인터뷰할 수 있었지만, 지적장애로 의사소통이 일부 원활하지 못해 직장 동료의 도움을 받았다.
 
이곳에서 정 씨의 역할은 신발제작에 필요한 천에 접착제를 붙이는 일이다. 이 공정에는 '합포기계'라는 것이 쓰이는데 작업 후 남은 접착제를 제거하고 세척하는 등 합포기계를 관리하는 것이 정 씨의 주된 업무였다.
 
정 씨가 태광실업에 입사한 건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사 초기만 하더라도 국내 신발산업이 호황기였고, 일손이 부족했다. 정 씨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학력이었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일할 기회를 얻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다.
 
회사 동료들에 따르면 정 씨는 이곳에서 '시계'로 불린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밥 먹고,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까지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상급자나 동료가 없는데도 정 씨는 늘 시간을 지킨다. 혹 자신 때문에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정 씨를 보는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처음엔 의아했다. 그러나 정 씨의 마음 씀씀이를 알고 난 뒤에는 정 씨와 허물없이 형 동생처럼 지내고 있다고.
 
샘플팀 임춘광 이사는 "지적장애를 겪고 있지만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성실하게 일한다. 샘플 위주의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 이후 접착제 통 부피를 줄이자고 제안해 2억 원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는 등 생산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둘 뻔했던 위기도 있었다. 국내 신발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해외진출이 가속화됐고, 태광실업 역시 베트남과 중국 청도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안동 공장은 샘플 시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그 역할이 바뀌면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시작됐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회사 측의 배려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던 것도 정 씨로 하여금 직장에 대한 애정을 갖게 했다. 3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정 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또 1급 장애인인 형과 일용직 일을 하는 둘째 형, 그리고 시집간 여동생까지 챙겨야 했다.
 
정 씨는 "비록 매일 똑같은 생활이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담배나 술을 하지 않고, 육류 대신 채소로 된 식사를 한 게 건강을 챙기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부족함을 채워준 동료들과 회사에 늘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2년 근로자의 날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한 직장에서 땀 흘리며 회사와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한편 정 씨가 몸담고 있는 태광실업은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 등 4개 정부부처가 선정한 인적자원개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노사발전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일터 혁신 컨설팅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근무자 250여 명 중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100여 명이 될 정도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활동 및 종업원에 대한 복지에 힘써 왔으며 본사는 물론 해외공장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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