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만남-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정민 지음/문학동네/591p/2만3천800원)

자네들! 거기 앉게. 날 위하는 말인 줄이야 왜 모르겠나만, 그런 말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 아닐세.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님께서는 이곳 강진에 귀양오셔서 스무 해를 계셨네. 그 긴 세월에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열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라."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날로 나는 죽은 목숨일세. 자네들 다시는 그런 말 말게. (본문 13p)
 
시골 아전의 아들이었던 더벅머리 소년 황상은, 강진에서 유배생활 중이던 다산 정약용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다. 황상은 다산이 가장 아낀 단 한 사람의 제자이다. 이 책은 다산의 유배 생활과, 황상과의 만남, 정학연 형제 및 추사 형제와의 왕래를 다루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인연, 그 인연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무겁고 소중한 지 말해준다. 다산이 남긴 시를 정민의 한글번역으로 읽어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모네의 그림같은 식탁
(클레르 주아 지음·장-베르나르 노댕 사진·이종민 옮김/아트북스/220p/1만5천원)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정해진 습관과 사계절의 리듬에 맞춰 돌아가는 이 집에서 특히 최고의 연회는 성탄절 점심식사였다. 점심식사를 정오에 먹는 것은 일 년에 딱 하루, 성탄절 뿐이었다. 명절을 맞아 식당은 꽃과 나뭇잎으로 만든 화환으로 장식했고, 노란 접시에 맞춰 특별한 날에 쓰는 식탁보 위에는 유리그릇과 은식기가 나와 있었다. 식탁 한 가운데에 놓인 화병에는 하얀 가막살나무 꽃이나 크리스마스 로즈, 자스민 등이 꽂혀 있었다. 아이들의 자리에는 봉투가 놓여 있었는데, 회백색에 꼭두서니빛이 섞인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봉투에는 '할머니'와 모네가 주는 용돈이 들어 있었다. 냅킨 옆에는 신기하게 생긴 조그마한 과자 상자와 장신구 상자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브로치, 핀, 메달, 회중시계 등이 들어 있었고 더 큰 선물은 연보랏빛 거실에 세워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숨어 있었다.(본문103p)
 
'인상파'라는 말의 기원이 된 '해돋이-인상'의 작가인 모네는 탁월한 예술가이자 미식가였다. 모네는 맛있지 않으면 음식이 아니며, 음식은 맛있게 먹기 위해 먹는 것이라 여긴 진정한 식도락가였다. 이 책은 요리와 식생활을 중심으로 모네의 일상사, 가족들의 생활사를 보여준다. 모네의 부엌과 식탁, 정원과 작업공간을 통해 모네의 인생과 예술세계와 사람됨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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