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민들이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 아름이를 따듯하게 안아주어 고맙다며 활짝 웃는 김애란 작가. 사진/김병찬 기자 kbc@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보다 내 마음에 드는 글을 많이 쓰세요
김해가 이토록 독서의 도시인 줄 미처 몰랐는데 … 사실 놀랐어요
제 문체가 발랄하다고들 하시는데 웃음과 농담 좋아하는 성격 때문?
이젠 '김해'에 듬뿍 정들려구요

"김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는 도시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지역을 말할 때 특산물 자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해의 책 관련 행사야 말로 김해의 특산물입니다! 문인으로서 감사하고, 또 행사를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지금 김해에서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두고 '독서 릴레이' 행사를 진행 중이라는데, 마치 한 분 한 분이 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불이 하나씩 하나씩 켜지는 점등식이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그 불빛들이 제 마음까지 환하게 만듭니다. 김해 시민들이 '아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2012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두근 두근 내 인생>(창작과비평 펴냄)의 작가 김애란 씨가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김해의 독자들과 만났다.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이란 행사를 통해서였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빨리 늙는 병)을 앓고 있는 소년 아름이가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끌어안고 위로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창비' 문학출판부 박신규 부장은 "이 소설에는 슬픔, 고통,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등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서 모든 연령층의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350여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환호성으로 김 작가를 맞았고, 일제히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을 시도했다. 잠시 작가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김 작가는 독자들을 만나기 직전, 객석에 앉아 부산 가마골소극장 배우들의 입체낭독을 지켜보았다. 주인공 아름이와 아버지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한 짧은 연극이었다.
 
"제가 쓴 소설이지만, 저도 많이 웃으면서, 또 감동하면서 연극을 즐겼습니다. 활자로 쓰여진 작품을 저렇게 몸으로 보여주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잘 전달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경남점자정보도서관에서는 <두근두근 내 인생> 점자도서를 김해시에 전달했는데, 김 작가는 "내 작품이 점자도서로 만들어진 걸 보고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 김애란 작가가 <김해뉴스> 독자들에게 보내는 사인을 남겼다.
김 작가와 독자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김 작가는 먼저 "김해에 한없는 친밀감을 느낀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도시였지만, 이젠 나에게 김해와의 사연이 생겼다. 몇 십 년이 지나도, '김해'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다"면서 <두근 두근 내 인생>이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문체가 발랄하다"는 질문을 받은 김 작가는 "저렇게 힘든 상황에서 어쩌면 저런 농담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나도 웃음과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발랄한 문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작가는 "농담은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위로하고, 뜨거운 포옹이 아니라도 어깨 한 번 툭툭 쳐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남학생은 "왜 아름이를 조로증 환자로 설정했느냐"고 물었다. 김 작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름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싶어 조로증을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가장 두근거렸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라고 한 여학생이 질문하자 김 작가는 "연애할 때"라고 대답해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 학생은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김 작가는 "많은 작가들이 어떤 한 작품에 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며 그런 경험을 가져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책읽기의 소중함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나한테 글을 가르쳐준 것은 나 자신의 글이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글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글'을 두려움 없이 써보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김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한시, 그리고 일본의 하이쿠를 읽으며 간결하고 울림이 큰 감동을 가슴에 담았다고 했다.
 
아름이 또래의 학생들이 보여주는 솔직한 반응이 예쁘고 반갑다는 김 작가는, 인터넷을 통해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은 청소년들의 감상후기를 접하고 있는데, 사적인 글들에 관심이 많이 간다고 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김 작가는 "중학교 하나, 목욕탕 하나, 우체국 하나가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다른 종류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내 고향의 자연환경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 몸에 고여 있다가, 내가 쓰는 이야기에 기여하고 있다"고 고향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했다.


■ 김애란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탄력적 문체 한국문단 이끌 작가로 주목


1980년 충남 서산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단편 <노트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2002)을 수상. 이 작품을 '창작과비평'(2003,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의 소설집 발표. 일상을 꿰뚫는 민첩성, 기발한 상상력, 탄력있는 문체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한국문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중.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수상. <두근두근 내 인생>은 '2011 우수문학도서'(한국도서관협회 선정)로 뽑혔으며, 2012년에 '김해의 책'과 '청주의 책'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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