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평생을 장유면에서 살아 온 박기수(61) 씨. 박 씨는 어릴 적의 장유면을 '낙남정맥(백두대간 산줄기의 하나)의 준산들과 낙동강의 맑은 지류 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동네'로 기억했다. 박 씨는 "장유사람들은 용지봉과 불모산을 닮아 굳세고 믿음이 있었다"며 "90년대 초 신도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외지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이젠 장유토박이는 전체 인구의 20%도 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장유토박이들과 이주민들 사이에서 온정이나 이웃사랑 같은 걸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며 씁쓸해 했다.

최근 5년간 인구증가율 7%대 기록
올해말께 14만명 육박 '급성장'
교통·문화·복지 시설은 절대 부족
체계적 분석·계획도시화 여론 고조

지난해 말, 창원에서 장유면으로 집을 옮긴 주부 이 모(32·율하리) 씨는 "남편 직장이 장유에서 가깝고 공기가 창원지역보다 좋아 이사를 왔는데, 낮에는 주차난 탓에, 밤에는 주변 유흥업소들의 소음 탓에 가끔 이사 온 걸 후회할 때도 있다"며 "10만 명이 넘는 인구에 비해 교통·문화시설 등이 부족해 불편할 때가 잦다"고 토로했다.
인구 12만8천여 명. 면 단위로는 전국 최고의 인구 수를 자랑하는 장유면은 최근 5년간 7%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말이면 1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통, 문화, 복지인프라는 인구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장유면을 두고 '체격은 우람하지만 체질은 허약한 아이 같다'고 비아냥 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김해시는 장유면의 최대 현안인 행정동 분동을 내년 7월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도시형 행정체제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평하지만, 분동을 바라보는 장유 사람들의 표정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10여 곳이 넘는 건설·공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도시의 동맥인 교통체계도 조정해야 한다. 김해 시내보다 턱없이 부족한 공연·전시·문화시설도 보강해야 한다. 제대로 된 큰 서점 하나 없는 현실은 장유면을 '문화 불모지'로 만들고 있다. 장유면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내는 급성장의 그늘로 얼룩져 있다. 주민 장 모(39·여) 씨는 "김해 시내 중심과 비교하면 장유면의 사정이 너무 열악한 것 같다. 같은 시민으로서 공평하게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날 지경이다"고 말했다.

김해시가 행정동 분동과 동시에 장유면을 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장유면이 앓고 있는 이런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들을 걷어내야 한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문제점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풀어나가려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더불어 부산·창원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장유사람의 정체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도시행정 전문가들은 '무계획적인 난개발로 도시를 훼손하지 말고, 도시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한 뒤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장유를 새롭게 가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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