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은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날'이다. '스님 도박 파문'과 연이은 폭로전으로 불교계가 뒤숭숭하다. 이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착잡해 하고 있다.
속(俗)이 성(聖)을 염려하는 시대에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김해 운암사 주지 법장(法長) 스님과 부처님 오신 뜻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암사는 분성산 중턱 쯤인 동상동 42의 3에 터를 잡은 산중 사찰인데 100년 정도 됐다 하고, 신라때에는 금강사가 주변에 있었다고 한다. 스님은 범어사 말사인 반야암에 있다가 8년 전 이곳으로 왔다.
법장 스님은 지난 1975년에 출가해 조계종 수덕사에서 고봉화상을 은사로 득도했다. 조계종 중앙포교사 청소년 지도법사,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감찰위원, 불교통합 종단협의회 행정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김해대학 불교철학 담임교수와 대한불교삼보종 총무원장을 맡고 있다. 재소자 교화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님은 또 부산과 경남지역의 범 종단 스님 12 명으로 구성된 수행결사공동체 '무심회'의 회장으로서 최근 총 22일 간의 720㎞ 국토순례대장정을 주도했다.
스님은 국내의 소림무술 전수자이기도 하다. 소림무술을 18년 동안 수련했는데, 한때 무력을 믿고 사고를 친 이후로 무술 수련을 접었다고 한다. 절 부근에는 김유신 장군이 수련 도중 목검으로 내리쳐 둘로 쪼갰다는 바위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전할 때는 눈빛이 빛나기도 했다.
스님은 '스님 도박 파문'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고, 돈 이야기를 거침없이 했다. 무소유는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지만, 가진 것을 나누면서 유익하게 더불어 사는 적극적인 삶 또한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술 담배 하는 스님이나 골프를 즐기는 스님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시선을 유지했다. 일부 논란을 부를만한 발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 최대한 그대로 싣는다. 일문일답이다.

'스님 도박' 파문 승가 전체 매도 곤란
스님들 술·담배 수행에 지장 초래 안해
불교계 군소종단 통폐합·개편 필요
불자들 일상생활이 수행이라야
절약과 자연보호 등도 부처님의 뜻

-무심회가 국토순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심회는 무엇이며, 순례 일정은 어떻습니까.

▶가난한 가운데 열심히 수행하고 욕심 없이 사는 스님들, 사회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스님들이 모인 수행결사체입니다. 부처님 앞에 당당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 수는 12명이고 매월 정기모임을 갖습니다. 김해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3만 명이 넘고, 불법체류자까지 치면 더 많습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둔 무심회 스님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해서 '선시화전 바자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1천만 원을 모아 시청에 전달했습니다.
 

▲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김해 운암사 주지 법장 스님이 경내 평상에서 <김해뉴스>와 대담을 했다. 스님은 민감한 시국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담백하게 의견을 밝혔다.
국토순례는 지난 14일 부산역 광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수행의 일환으로 석달 전부터 계획했던 것입니다. 도박 파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 봉은사를 거쳐 다음달 5일 조계사에 당도하는 일정입니다. 저는 절집 일도 있고 해서 잠시 다니러 왔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이 지금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인간사회가 부처님 법도대로 형성된다면 세상은 당연히 평화로워 집니다. 불교 사상 자체가 평등, 평화사상이기 때문입니다. 불법은 불교 신도들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스님 도박 파문'과 폭로전으로 불교계는 물론 온 사회가 야단법석입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승려 개인의 문제를 불교단체, 승가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도박 사실을 폭로한)성호 스님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언짢은 부분이 있겠지만 불교 정신을 놓고 본다면 그래서는 안됩니다. 또 승려도 인간 사회의 일원이고 중생계에 머물러 있는 존재인데, 사생활까지 까발리면서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사건은 백양사 큰 스님 49제 회향 때라서 경향 각지에서 많이 모이다 보니 외부에 방을 잡고 놀고 그러다 보니 생긴 일인데,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일을 꾸민 듯합니다. 배후세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판돈이란 것도 수백 만원이고, 1인당 50만원 안팎의 돈인데 다른 절에 부조를 한다든지 할 일이 있으면 그 정도 돈은 가지고 다닙니다.

-너무 관대하게 보시는 게 아닙니까? 술담배를 하면서, 화투도 아니고 포커를 쳤다는 건 정서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관대한 게 아니라 사실 그대로입니다. 승려 수가 많다 보니 속세 때 익힌 술이나 담배를 못끊은 사람도 있고, 또 어렵사리 조우하다 보면 어울려서 곡차를 마실 수도 있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수행에 치명적이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포커도 전문 꾼으로서가 아니라 오락 삼아 한 것인데….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과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룸살롱 출입 건도 불거져 나왔습니다.
▶불자들이 룸살롱 문 열었다고 축언을 해달라 하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고맙다고 맥주도 내놓고 양주도 내놓고 그러는 경우가 있습니다. 승려들은 불자의 집이 아니면 술집 출입을 안합니다. 몰래 술 마시러 간다면 옷 갈아입고 모자 쓰고 가지 승복차림으로야 가겠습니까. 자승 스님은 술도 못합니다. 그 룸살롱도 대로변에 있다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 게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했겠습니까. 세상이 과장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내심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비록 말사의 주지라 해도 피나는 노력과 정진이 없으면 그 자리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역경을 다 겪고 주지로 임명되고 나면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하니까 자유 시간을 갖고 취미생활도 하는 건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흠잡으려 들면 너무 각박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일반 국민들이나 불자들의 기대치와 승려의 현실이 합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골프같은 고급 취미를 갖고 있고, 시줏돈을 흥청망청 쓰는 스님들도 있습니다.
▶사실 큰 대찰이야 운영에 지장이 없지만, 작은 소찰은 스님들의 생활이 어렵습니다. 시줏돈이 안들어와 월세를 못내 쩔쩔 매는 절집도 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스님들도 있는데, 도박 사건이 대서특필 되다보니 그런 스님들까지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돈 잘 쓰는 스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사찰 천여 개 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그 외에는 힘듭니다. 중심 종단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지는 수행하는 승려들을 물질적으로 돌볼 수 있는 깜냥의 인사가 맡아야 합니다. 수행을 하다 병이 나거나 늙으면 갈 곳이 막연한 스님들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해결돼야 할 문제인 듯한데, 아직도 그렇습니까.
▶불교계가 닫힌 문을 열어야 합니다. 거대 종단이 중심이 돼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금 불교계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반 독재를 해서라도 군소종단을 통폐합시키고, 개편해야 합니다. 스님들이 먹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100만 승려를 양성해 전 세계에 포교사로 보내고 있습니다. 국가의 이미지 개선과 외화 획득에도 도움이 됩니다.

-부처님이나 고승대덕의 말씀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게 있습니까.
▶방하착(放下着,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무심회도 그런 의지를 품고 있습니다.

-불자들한테서 느끼는 아쉬움은.
▶절집에서나, 한 데 모여서 공부할 때는 불법을 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서는 잊어먹는 것 같습니다. 기도(세속적 소원 성취를 위한 기도가 아니다)는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해야 합니다. 스님에게 의존하지 말고, 경전도 많이 읽고, 일상생활이 수행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옴마니 반메홈(육도중생을 구원한다는 뜻의 범어) 같은 주력(呪力, 불행이나 재해를 막아 준다고 믿는 신비한 힘)의 문구가 여기저기 보이는 군요.
▶주력을 치고 나가면 우주 에너지의 기운이 빨대처럼 혹은 소용돌이처럼 내게 빨려들어 옵니다. 우주의 기와 나의 기가 소통하면서 어떤 효력이 생긴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건 부처님 법이기도 합니다. 수행의 과정 중 하나인데, 이렇게 지도하는 곳들도 더러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력을 세게 치고 나간 덕분에 네 번 죽다 살았습니다.

-곧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물품을 아껴 쓰고, 낭비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외국에 가서 돈을 펑펑 쓰는데, 가급적 국내에서 쓰면 좋겠습니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을 아끼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지혜로써 가정이 화목하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심을 잡아서 내 정신 내가 차리고, 내 자리 내가 지켜야 합니다. 시민들 각자가 명분 있는 행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문제부터 실천하는 것, 이게 부처님을 따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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