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김해에는 1만 7천 여 명의 이주 여성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주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무려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동상동 거리에서도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문화 사회'란 말 그대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이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다름을 인정할 수 있을 때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밤방(26·진영읍) 씨는 1년 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진영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이다. 밤방 씨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다른 인도네시아 근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벌이도 시원찮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돈을 벌기로 하고 지난해 이맘 때 입국을 했다.
 
한국에서 일한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주간 근무에 야근, 토요일 근무까지 있는데 야근 등은 자율적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이처럼 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일에 대한 흥미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충전 할 시간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 같은 고충을 마음 편히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고충이 자칫 불평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고, 직장 상사의 눈 밖에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슬림이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밤방 씨가 일하는 직장에서의 식단을 보면 돼지고기가 나올 때가 많다. 이 것 역시 밤방 씨의 큰 고민덩어리이다.
 
"우리들은 무슬림이에요. 돼지고기를 안 먹습니다. 그런데 식사 때마다 돼지고기가 자꾸 나와요. 한 번은 용기를 내어 회사에 건의를 했습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식사 때마다 자신의 신앙을 테스트 받아야 하는 밤방 씨의 입장은 그야말로 난처했다.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현장 근로자들의 영양을 생각하면 고기도 먹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매 끼니마다 비싼 쇠고기를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안 먹는 거예요. 물론 배는 고픕니다. 많이요."
 
그의 꿈은 인도네시아에 돌아가 음식점을 오픈하는 것이다. 그의 부모님도 인도네시아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데, 그는 부모님이 하는 음식점보다 더 좋은 음식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또 좋은 여자를 만나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살면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언어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마음 문제가 아닐까요. 제기한 문제들이 바로 고쳐지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조금만 더 귀 기울여 주고 함께 고민해 주시면 돼요. 그게 저의 바람입니다. 좋게 잘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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