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외동초등학교 전영심 조리사가 '2012 대전 세계조리사대회'를 준비하며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병찬 kbc@
면상 전문가 부문에서 최종우승
학교급식조리사 전문성 인정 원해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때 행복해
조리사의 작은 열정이 결실 맺은 것

"학교 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조리사들은 큰 대회에 나가는 것이 여건상 어렵습니다. 그에 대한 도전의식을 갖고 출전한 대회였어요."
 
손가락에는 피멍이 들어있고, 팔목에는 여기저기 데인 자국 투성이다. 조리사로서 이런 상처는 훈장이라고 말하는 전영심(46) 조리사. 김해외동초등학교 급식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 조리사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 면상 전문가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면상 전문가 부문은 금상 수상자가 없어, 최고득점자인 전 조리사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면상 전문가 부문 경합에 참여한 사람은 60명, 전 조리사는 절대평가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출전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죠." 전 조리사는 학교급식소 조리사로 근무한지 올해로 15년째다. 15년 세월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그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됐다. 이번 대회는 그런 전 조리사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세계조리사대회에 출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사실 학교급식소 조리사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웠거든요."
 
전 조리사는 이번 대회에서 여섯 가지의 면 요리를 선보였다. 해물볶음면, 팥칼국수, 삼색잔치국수, 냉면, 콩나물 쫄면, 메밀 콩국수. 기존에 있는 메뉴였다. 그러나 조리대회는 맛을 기본으로 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과 결과물의 장식까지 종합적이고 다양한 기준을 요구한다. 다행히도 전 조리사의 요리는 그 기준에 잘 맞았다. "다음번에 출전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녀는 대회를 통해 자신감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레시피를 짜고 연습을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마음을 잡았다. 2년 전에 있었던 리허설에서는 밤새서 요리를 준비한 조리사들이 피곤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움에 눈물이 났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전 조리사는, 자신의 의지를 인정받은 것 같아 감격스러운 마음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누가 심사를 했는지는 몰라요. 다만 국제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했고, 2시간 대기한 후에 입상 소식을 들었죠. 당연히 놀랐어요. 한국적인 것이 세계인에게도 통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조리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축하를 해주었다. "운이 많이 따라주기도 했고, 나의 작은 열정이 나 스스로를 도와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 조리사는 누구나 열정을 갖고 도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의 노하우를 모은 조리책을 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제가 도전의식이 강한가봐요." 전 조리사가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오물오물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전 조리사,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한편 세계조리사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로 올해는 97개국에서 참석, 각 국가별 조리사들이 모여 분야별로 요리경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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