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탈출증 환자들 중에는 허리통증이 지긋지긋해 스스로 수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전체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까. 아마도 수술을 고집하는 의사의 성향과 단번에 나으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한 성격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있다면 수술만큼 효과가 있는 것일까?
 
비수술적인 치료의 가장 큰 목적은 신경 주위의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다. 염증을 제거하려 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진통소염제, 근이완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염증 물질의 생산을 줄여 통증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에다 척추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물리치료까지 더하면 치료 확률은 한층 높아진다. 여기까지는 모든 정형외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척추질환이 모두 낫는 것은 아니다. 이런 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디스크가 튀어나온 부위에 직접 염증물질 중화 약물을 주입하는 경막외 신경차단술, FIMS(핌스), 신경가지 차단술 등의 여러가지 주사요법을 사용하게 된다.
 
경막외 신경차단술은 허리 뒤쪽에서 디스크병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가장 일반적인 신경차단술이고, 신경가지 차단술은 조금 더 세밀한 방법이다. 비수술적 방법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FIMS는 엑스레이를 보면서 디스크가 튀어나온 부분까지 바늘을 접근시켜 염증 부위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며 또한 심부 척추 근육의 경직을 동시에 이완시켜준다.
 
필자는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주사요법을 쓴 다음 더 이상 이 요법이 필요치 않을 경우 척추근육 강화 훈련을 통한 자가 재활치료를 권하는 등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무조건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비수술적인 치료를 꾸준히 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술만으로는 디스크가 낫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 혼자만 치료해서는 디스크가 낫는 것도 아니다. 환자 자신 스스로도 부단히 재활에 힘써야 병이 낫는다.
 
의사로서 수술 후 증상이 좋아져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환자를 보는 것은 분명 큰 기쁨이지만, 무엇보다 수술을 권유받았다가 병원을 옮겨온 환자에게 비수술적인 치료를 한 뒤 완치돼 미소짓는 얼굴을 볼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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