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빈의 본사였던 김해시 의생명센터 208호. 현재 직원은 없는 상태며 일부 집기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전형철 기자
소셜빈의 본사였던 김해시 의생명센터 208호. 현재 직원은 없는 상태며 일부 집기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전형철 기자

 

인제대학교 1학년생이 6개월 동안 4개 아르바이트로 모은 2000만 원으로 김해에 차린 회사가 현재 '예비 유니콘 기업(회사가치 1조 이상)'으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지난 3월말 김해를 떠나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소셜빈 얘기다. 지난 2013년 7월 김해 인제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했던 소셜빈은 유아용 텐트·치발기·식판 개발과 제조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노멀라이프·카카두·니몸내몸 등 생활, 반려, 건강식품 등 11개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할 만큼 커졌다. 
 
2019년엔 인플루언서 리뷰 커머스 플랫폼 '핫트(HOTT)'를 론칭했고, 현재 월 평균 방문자수는 130만 명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커머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누적 1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지역의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고있다.
 
최근까지도 소셜빈의 본사는 김해시 의생명센터였다. 2015년 부산에 지사를 개소하면서 이탈 조짐이 있었지만, 2016년 인제대 창업센터에서 의생명센터로 본사를 옮기며 김해와 부산 두 곳 모두에서 사업을 이어갔다. 회사의 중심이 부산으로 쏠린 것은 2019년부터다. HOTT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이후 서울 지사 개소와 함께 부산과 서울이 중심이 됐다. 
 
소셜빈에 따르면 현재 부산 70여 명, 서울 50여 명의 인원이 근무 중으로 김해에 본사를 둘 의미가 퇴색했다. 초기 창업 멤버들, 직원들의 거주지가 대다수 부산이다보니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해를 떠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부산 이전 관련 소셜빈 김학수 대표는 "가진 것 없이 꿈과 열정만으로 시작해 지금의 소셜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해시와 인제대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김해와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니며 더 크게 성장해 다른 방법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빈 이전에 따른 관련 지자체 반응은 엇갈렸다. 부산시는 예비 유니콘 기업이 부산으로 옮겨왔다며 대대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이와 달리 김해시는 기업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워하는 눈치다. 김해시 관계자는 "의생명센터 입주 계약이 이번 달 만료되면서 부산 이전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 초창기 사업은 제품 개발·제조업이 중심이었지만, 플랫폼 사업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인력 수급과 투자 등의 문제로 지자체에서 IT·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해나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4년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옮겨간 국내 최초 재능마켓 '크몽'이 대표적이다. 당시 크몽은 사업확장을 위한 기업 투자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진주에서 서울로 왔다갔다하며 수개월 투자 유치에 고전하다 아예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많은 곳으로 이전해 버렸다.
 
기업들이 떠나는 상황에서도 경남의 플랫폼 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련 기업의 성장사다리를 위한 노력은 이어지는 중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심규진 과장은 "경남도는 김해 율하에 콘텐츠기업지원센터와 창원 의창구에 콘텐츠코리아랩을 개소하는 등 이 분야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 성장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경남도와 김해시는 웹툰, 웹소설 등 플랫폼 사업을 하는 예비 유니콘 기업 '피플앤스토리' 유치에 성공했다. 콘텐츠 기업에서는 드물게 서울에서 경남 김해로 옮기는 사례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해에 설립되는 NHN데이터센터와 R&D센터도 경남의 부족한 IT 기술, 인력, 장비 등 관련 인프라 산업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해뉴스 전형철 기자 qw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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