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허왕후’ 관람기

김해시 창작오페라 '허왕후' 무대 모습. 허왕후와 김수로 왕이 손을 맞잡고 가락국을 평등한 연맹국가로 이끌겠다 선언하는 장면이다.  김미동 기자
김해시 창작오페라 '허왕후' 무대 모습. 허왕후와 김수로 왕이 손을 맞잡고 가락국을 평등한 연맹국가로 이끌겠다 선언하는 장면이다. 김미동 기자

 
김해시와 김해문화재단이 약 1년간 준비해온 창작오페라 '허왕후'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 인원만 120여 명인 대형 오페라인데다 투입된 사업비만 약 5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작품이다. 김해시 최초의 창작오페라이자 김해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콘텐츠인 만큼 기대감을 한껏 키운 최초의 오페라 '허왕후'의 무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전국적으로 7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8일, 저녁 7시부터 김해문화의전당은 '허왕후'와의 첫 만남을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첫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막을 수 없었다. 때문에 김해문화재단은 QR코드 체크, 발열 체크, 거리두기 좌석제 등을 통해 철저한 방역 수칙 하에 공연을 진행했다.
 
김해시 1호 창작오페라 '허왕후'의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약 140분. 길면서도 짧은 시간 속에 허왕후와 김수로의 사랑, 역경과 극복, 그리고 그들이 세우고자 했던 '백성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오페라는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 속 '김해문화재단(GHCF)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됐다. 가벼우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과 함께 최선희가야무용단이 등장해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춤을 선보인다.
 
백성들과 기술자들이 가락국의 앞선 제철기술을 찬양하는 '불을 붙여라, 쇠를 넣어라'를 시작으로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가락국의 철기·쌀·도자기를 찬양하는 노래 등이 펼쳐진다.
 
총 4막으로 이뤄진 극은 허황옥과 김수로가 호감을 느끼던 순간에서부터 석탈해의 모략으로 위기에 빠진 김수로의 상황을 다룬다. 김수로의 위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김수로를 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허황옥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따스한 마음이다. 가락국과 김수로를 위기에서 구해낸 허황옥은 훗날 김수로와 결혼해 진정한 가야국의 왕후로 등극한다.
 
오페라 '허왕후'의 큰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특유의 화려함이다. 가락국과 인도를 모두 표현해낸 의상, 오케스트라, 무대, 조명, 소품 등 오페라를 빛내는 각양각색의 화려함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대 장치와 대형 스크린이다. 극 초반, 하늘이 열리며 가야국을 상징하는 철검이 내려오는 듯한 무대 모습이 많은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철기 제조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이를 비추는 조명, 장소에 따라 바뀌는 스크린 속 하늘의 모습 등의 장치가 오페라 '허왕후'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오랜 시간 많은 인원이 공들여 준비한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오페라 '허왕후'는 코로나19로 집합, 연습 등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 아니라 공연일도 연기돼 난항을 겪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딛고 베일을 벗은 '허왕후'는 지금껏 하지 못했던 날개짓을 위해 힘차게 도약 중이다.
 
첫 공연 당일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권 모(35) 씨는 "가락국의 역사가 담긴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모습을 보니 새롭고 신기하다"며 "화려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김해 역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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