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특이한 이력을 지닌 구자환 감독이 이제는 진실화해위 2기 조사관으로서의 활동을 예고해 주목된다.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특이한 이력을 지닌 구자환 감독이 이제는 진실화해위 2기 조사관으로서의 활동을 예고해 주목된다.

 

기자로 일하며 유족 등 취재
첫 장편 ‘레드 툼’ 우수작품상
5월 진실화해위 조사관 참여



"저에게 있어 역사란 진실의 기록입니다. 그 속에서 기록되지 못하고 망각된 역사를 중시합니다. 한국 현대사는 남북분단이라는 현실로 민간인 학살과 같은 감춰지거나 지워진 역사가 많습니다. 과거의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로 역사를 망각하면 오늘의 사회를 볼 수 없고,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주로 경남 창원에서 기자 활동을 했던 구자환(53)씨가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다.
 
구 전 기자는 이력이 특이하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도 겸했다. 그는 2013년 장편 다큐멘터리 '레드 툼'을 제작했다. '레드 툼'은 1950년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정권에 의해 집단학살당한 경남지역의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뤘다. 그는 '민중의소리' 기자로 근무하면서 10년 넘게 유족 등을 만나면서 취재해 왔다. 그는 '레드 툼'을 개봉한 그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2016년 제3회 들꽃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아픈 현대사를 기록하기 위한 그의 행보는 계속됐다. '레드 툼'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는 '해원(解寃)'이 2017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첫 상영됐다. 해원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맺힌 원통함을 풀어내다'는 뜻이다. 전작인 '레드 툼'이 여러 유형의 학살 가운데서도 경남지역의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뤘다면, '해원'은 '레드 툼'의 시기와 지역, 그리고 사건 자체를 확장했다는 게 구 감독의 설명이다. 특히 이 다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남도교육청의 제작지원금, 전국에서 시민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금해 제작한 것으로 의미가 남달랐다.
 
구 감독은 "현재는 기자직을 그만둔 상태다. 민간인 학살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30대 중반에 뒤늦게 알게 된 사건"이라며 "참혹한 대규모 집단학살이 벌어진 지 겨우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저를 포함한 시민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해 유족의 절규와 진실을 알려 달라는 부탁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왜 남들이 가지 않는 길 험한 길을 택했냐고 묻는다면 저의 내면에 있는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력을 지닌 그가 다시금 자신의 이력에 특이사항을 추가하려고 한다. 오는 5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2기 조사관으로 참여하면서 말이다. 평소에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진실화해위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1기'가 발족됐다. 이어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 지난해 12월 2기가 꾸려졌다. 2기 진실화해위는 항일독립운동, 한국전쟁 직후 민간인 학살, 권위주의 통치 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구 감독은 "진실화해위가 구성되면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강했다. 그런데 막상 구성이 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각오로 지원했고, 합격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2기 조사관으로 임하는 각오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피해를 당한 유족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진실화해위에서는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그 피해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어색한 건 사실이지만 이 업무는 제가 지금껏 줄곧 해왔던 일"이라며 "새로운 자극과 경험, 폭넓은 기회의 문을 두드렸고, 드디어 열리게 됐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저를 응원하는 많은 분과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 유족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진실화해위 2기 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세심히 살펴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해뉴스 강승우 기자 kkang@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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