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 김해뉴스 독자
신수진 김해뉴스 독자

지난 3월 말, 영국에서 6개월 간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 지낸 반년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지난 1월부터 영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옷가게, 미용실, 음식점, 술집 등 모두 문을 닫으면서 생활이 불가능해졌고 영국발 직항편 운영 중단 기간은 계속 연기됐다. 매일 아침마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보는 것이 어느 새 일상이 됐다. 합법적으로 외출할 수 있는 때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가까운 슈퍼마켓을 찾거나 등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영국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로, 일일 최대 약 6만 명이 전염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최악이었다. 급기야 등교마저도 금지됐다. 주말마다 북적거리던 시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니 마치 유령도시가 된 듯 했다. 
 
그럼에도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탓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는다며 사실 속으로 비난도 했다. 
 
동시에 'K-방역'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방역물품의 원활한 공급과 생산, IT 및 통신 인프라를 통한 확진자 동선공개 등 탄탄한 방역체계는 역병의 불안함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켰다.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초기진압에 성공하면서 영국 국영방송 BBC에서도 한국 방역법에 대해 칭찬하는 뉴스를 종종 보곤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격리 기간 동안 방역의식이 매우 해이해졌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격리 이튿날이 돼도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아서 이상하게 여긴 나는 부산시청에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했다. 공무원은 아직 담당이 정해지지 않아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이라며 다음날 확인 후에 담당자가 연락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오후가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나는 가까운 보건소에 재차 연락했고, 그제서야 명단 전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격리자 명단에 등록됐다. 이제 명부에 등록돼서 '감시'를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해야 할지? 아이러니했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신경 썼던 그들의 느슨해진 태도를 보고 허탈함이 들 정도였다. 
 
최근 4주간 부산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은 사람 중 34.9%가 무증상 감염자였다고 한다. 면밀하게 코로나19 확진자 관리와 잠재적 전염원 관리감독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얀센 백신 접종도 여러 가지 문제로 논란이 많다. 백신 접종을 통해 확진자를 줄이는 데에만 희망을 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정부의 생활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느슨해진 경계심을 다시 바짝 조여야 할 때이다. 전 국민은 안일한 방역의식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그간의 경험들을 토대로 방역 전략을 굳건히 다진다면 충분히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4차 대유행 고비에 직면해 있는 지금, 국민과 정부가 원팀이 돼 다시 한번 K-방역의 저력을 보여줄 것을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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