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갈색 눈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한겨레출판사/256쪽/1만 2천원)


"나는 우리가 흑인 아이로 살아가는 게 어떤지 실제로는 모른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니?" 그녀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내 말은 우리가 정말 차별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기 어려울 거라는 뜻이야. 그렇지 않을까?" 아이들은 건성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 그렇다면 그걸 한번 알아보고 싶지 않아?" 그녀가 무슨 말인지 자세히 설명할 때까지 아이들의 얼굴엔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 반을 푸른 눈과 갈색 눈 그룹으로 나누면 어떨까?" 그녀가 말했다. "오늘 남은 시간 동안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이 열등한 그룹이 되는 거야. 그런 다음 월요일엔 서로 바꿔서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열등한 그룹이 되는 거지. 이렇게 해보면 차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본문 21쪽)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어트가 아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특별한 수업을 하고 기록했다. 수업은 반 아이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 우월하다고 선언하고 특혜를 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이 눈의 색깔 때문에, 피부색 때문에 다른 사람과 분리되고 격리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1, 2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푸른숲주니어/132쪽/각 9천800원)

세계 일주를 하면서 고추장의 고마움을 매우 절실하게 느꼈다. 외국에서 한국의 주요 먹을거리는 웬만한 곳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오지로 갈 때다. 배낭이 아무리 무거워도 여행을 떠날 때는 고추장 한 병을 꼭 넣고 갔다. 조그만 병이니 얼마나 오래가겠는가마는 고추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다. 여행 중 한국인을 만나 고추장을 얻으면 천만 원군을 얻은 것 같았다. 힘이 들 때나 입맛을 잃었을 때 찬밥에 비벼 먹는 고추장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식구들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지 못해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을 때 당장 필요한 육체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이 바로 고추장이었다. 바닥에 붙어 있는 고추장을 긁어긁어 먹다가 나중에는 그 병을 헹궈 먹은 적도 있다. 이렇게까지 아껴 먹는 고추장을 서양 여행자들에게 인사 삼아 "한국 음식 한번 먹어 볼래?" 하면 맛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식 삼아' 먹는다고 푹푹 퍼 갈 때는 속이 쓰리다. 한술 더 떠 고추장이 입맛에 맞다고 끼니때마다 달라고 할 때는 정말 난감하다. 여기는 그 맛난 고추장이 독마다 차고 넘친다.(본문 81쪽)
 
전 세계 65개국의 오지를 찾아다녔던 한비야가 전라남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800㎞에 이르는 우리 땅을 49일간 두 발로 걸으며 쓴 국토 종단기 <바람의 딸 한비야 우리 땅에 서다>를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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