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면 스페이스사랑농장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의 봄 : Art for freedom Myanmar' 제1전시장 내부 모습.  김미동 기자
한림면 스페이스사랑농장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의 봄 : Art for freedom Myanmar' 제1전시장 내부 모습. 김미동 기자

 

김해 한림면 스페이스사랑농장
송성진·김도영 작가 기획 전시
국내외 96명 작가 작품 내놓아
미얀마 시위 지지·연대 목소리

목요일부터 일요일…30일까지
작품 판매 수익은 기부될 예정



김해시 한림면의 한 폐공장 입구, 가로 3m·세로 3m 가량의 커다란 흰색 천이 걸려 있다. 미얀마 여성들이 입는 전통 치마 '터메인'이다. 김해 한림면 공장에 터메인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맞선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지 3개월째다. 이에 한림면 소재 스페이스사랑농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전시 '미얀마의 봄 : Art for freedom Myanmar'을 오픈,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다. 터메인을 활용한 작품은 미얀마 양곤에서 터메인이 걸린 빨랫줄 아래를 지나지 못하는 군경의 모습을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미얀마에는 남성이 터메인 아래로 지나갈 경우 남성성을 잃는다는 오랜 미신이 있다.
 
'미얀마의 봄'은 사랑농장의 송성진 작가와 김도영 작가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한국 미술인들의 연대를 표명하고자 준비한 전시다. 현재 민주화 운동에 동참한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유혈 탄압과 싸우며 세계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이 동참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1960년 4·19혁명과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같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가졌을 뿐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봄' 역시 한 미얀마 작가가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한국의 과거 비극이 미얀마에서 되풀이되는 것을 괴롭게 지켜보던 송 작가는 곧바로 전시를 구상했다. 현재까지 국내뿐 아니라 미얀마·브라질·일본·독일 등 세계 각국 96명의 작가가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미얀마 사태를 작가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 참여하는 작가도 있고, 기존의 작품을 활용해 미얀마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작가들 역시 적지 않다. 회화·설치·영상·텍스트 작품 총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송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미 많은 이들이 미얀마의 비극을 슬퍼하고, 또 미얀마의 봄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트렌스네이션(Transnation)의 비디오 컴필레이션(video compilation) 작품.  김미동 기자
트렌스네이션(Transnation)의 비디오 컴필레이션(video compilation) 작품. 김미동 기자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한 여성의 인터뷰 영상이 눈에 띈다. 시각예술가이자 미얀마 시민인 '노라'의 인터뷰다. 그는 얼굴이 빨간 원으로 가려진 채 답을 이어나간다. '당신의 최근 상황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노라는 "지난 달 나는 구금됐고 4일 후 풀려났다. 3일 전에는 남동생이 체포됐으며 오늘 여동생이 바로 이곳에서 끌려가 구금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일 우리가 진다면 아마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세대들이 희생됐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모든 미얀마 시민들이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절대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내부 곳곳에선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린 손모양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의 표시로, 오른손의 검지·중지·약지를 세워 들어 올리는 행위이다. 독재 정권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다룬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집회 초, 총상으로 사망한 미얀마 시민의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문구인 'Everything will be OK'를 소재로 미얀마의 봄을 염원하는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됐다.
 
아울러 전시 '미얀마의 봄'은 작품 전시 방법에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를 취한다.
 

제2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 맨 왼쪽 작품 속 티셔츠에는 '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미동 기자
제2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 맨 왼쪽 작품 속 티셔츠에는 '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미동 기자

 

먼저 현장 방문이 가능한 작가들은 전시장을 찾아 직접 작품을 설치·배치했다. 이와 달리 방문 또는 원작 출품이 어려운 작가들은 작품 이미지를 전달했으며, 사랑농장은 이를 A4 또는 A3 사이즈로 출력해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많은 작가들이 큰 부담 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도영 작가는 "미얀마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장소에서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는 모습들을 접하며 정치적 개입이 사라진 시대에서의 예술은 어떠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며 "움직이던 예술은 사라지고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예술로서 행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을 명분으로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기다리는 이들이 믿음처럼 지니는 문장이다. 전시 '미얀마의 봄'은 아무리 추운 겨울도 언젠가 눈 녹고 꽃이 피듯, 미얀마에도 따스한 봄이 오길 함께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 '미얀마의 봄 : Art for freedom Myanmar'은 오는 30일까지 펼쳐진다. 두 작가는 출품된 작품이 판매될 경우 작가들과 협의를 거쳐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페이스북·인스타 등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는 목요일~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상시 관람 가능하며 그 외 시간대는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스페이스사랑농장(한림면 용덕로 100-23)으로 문의 가능하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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