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40%정도의 환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신경과를 방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방문하는만큼 그들의 속사정도 다양하다.
 
부부싸움 도중 심한 호흡곤란을 느끼다 어지럼증이 발생해 119를 통해 응급실에 실려온 40대 여성이 있었다. 각종 검사를 실시했지만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아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단순 어지럼증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이건 다행인 경우다. 다른 60대 여성이 있다. 이 환자는 며칠 동안 어지럼증 탓에 식사도 제대로 못했고 거동도 불가능했지만 진료를 거부하다 가족들에 이끌려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결과 뇌졸중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했다. 위험한 경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뇌졸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또한 많은 자료들이 뇌졸중 증상으로 '어지럼증'을 꼽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체 어지럼증 환자의 약 1%만이 뇌졸중으로 진단받는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뇌졸중을 의심해야 할까?
 
어지럼증이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어지럼증 중에서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있으며, 자세 불안(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걸음을 걸을 때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과 눈떨림(안진)이 동반되는 어지럼증을 현훈(vertigo)이라고 한다. 현훈은 세부적으로 귀에서 비롯된 말초성 현훈과 뇌에서 비롯된 중추성 현훈으로 구분된다. 현훈이 발생하면 뇌졸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때 주위 혹은 자신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고, 걸음을 걷거나 움직일 때 자세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얼굴이 마비돼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발음이 어눌해진다든지 편마비(오른쪽과 왼쪽의 구분 없이 한쪽으로만 마비가 발생한 경우)가 발생하는 등 어지럼증 이외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뇌졸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치료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등 뇌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미약하거나 동반된 증상이 없더라도 뇌졸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환자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 고개를 돌리거나 자세를 바꾸면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움직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눈을 감으면 어지럼증이 다소 개선된다.
 
자세를 변화시키지 않고 1~2분 정도 쉬었을 때 어지럼증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이명, 청력소실, 귀 통증 등 귀와 관련된 증상이 동반된 경우 뇌졸중의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여러가지 기본 증상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면 어지럼증과 뇌졸중을 구분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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