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송기헌씨가 파릇파릇 자라있는 채소를 가리키며 미소짓고 있다. 원소정 기자
청년 농부 송기헌씨가 파릇파릇 자라있는 채소를 가리키며 미소짓고 있다. 원소정 기자

 

9년 전 경기도 떠나 김해로 귀농
상추·대파·치커리 등 27종 재배
유기농산물업체·학교급식 납품
선순환 농사 짓는 게 궁극적 꿈



"친환경 재배요?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만 먹이고 싶더라고요. 요즘은 다 편하게 농사지으려고 해 친환경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그리 많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친환경 재배만을 고수하는 청년 농부가 있다. 4년 차 농부 송기헌(40)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충청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란 송기헌 씨는 2012년까지 농부와는 거리가 먼 경기도의 한 반도체 회사에서 연구직으로 일해왔다. 전문직이고 보람도 꽤 컸지만, 바쁜 업무로 야근이 잦있고 점차 가족에 소홀해졌다.
 
이후 송씨는 가족을 위해 아내의 고향인 김해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는 장인 장모 곁에 정착했다. 그는 "어깨너머로 본 농사일은 고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장인 장모야말로 내 멘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2017년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고된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 고생길이 훤하다는 가족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송씨는 자신 있었다. 무엇보다 친환경 재배에 대한 욕심이 컸다.
 
2019년에는 청년농으로 선정돼 시의 농업기술교육과 지원금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친환경 재배를 배워나갔다.
 
현재 송씨가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채소류는 상추, 대파, 치커리 등 27여 종. 그가 재배하는 농작물은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시의 공공급식생산자연합회를 통해 학교 급식에 납품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로를 개척하기까지 숱한 굴곡을 지나쳐 왔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장인의 농사일을 도우며 어느 정도 경험을 터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로부터 5~6년이 지나자 기후 온난화로 평균 기온도 높아지고, 토양환경도 달라졌다. 같은 김해지역이더라도 농사환경은 천차만별이었다.
 
송씨는 "장인을 도우며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며 "장유와 진영 두 농장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장유는 일조량이 많고 기후가 온화해 농작물이 잘 자라는 반면 진영은 일조량이 적고 기온이 장유에 비해 4~5도가량 낮아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사를 짓기 전 경작지에서 4계절을 다 지내봐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농사가 뜻대로 지어지지 않아 농작물 양도 줄고, 예상보다 빨리 꽃대가 펴 상품성이 떨어지자 그때마다 밭을 갈아엎어 새로 농사를 지어야 했다.
 
송씨는 "농사를 시작한 후 1년 간 수익을 내기는커녕 반도체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 등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다"며 "퇴직금과 뼈 아픈 교훈을 맞바꾼 셈"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송씨의 궁극적인 꿈은 선순환하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는 "소, 닭, 염소와 같은 가축을 농장에서 나온 부식물을 먹여 기르고, 다시 그 가축의 분뇨, 알의 껍데기 등으로 농장의 퇴비로 쓸 수 있는 선순환 농사를 짓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씨는 "기계화·자동화로 농사의 문턱이 낮아져 청년 농부들이 늘고 있어 좋다"면서도 "손이 더 많이 가는 친환경 재배도 다음 세대의 젊은 농부에게 전수돼야 하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친환경 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해뉴스 원소정 기자 ws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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