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행
(박세열·손문상 지음/텍스트/410p/1만 8천500원)

이 여행이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경로를 답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여행에서 어떤 '결론'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60여 년 전의 체 게바라와 함께라면 결코 '결말'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중략) 도서관의 먼지 쌓인 책 더미를 뒤지는 데 지쳤다면, 단어와 단어, 책과 책의 틈새를 메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면, 책이 주는 글귀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면, 당장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사소하고 소박한 현실에 귀를 기울이라고, 작은 것에도 진실은 숨어 있다고, 그리고 여행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여행지의 일로 치부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잃어버린 시구를 영글게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해 본다. 남미든, 서울이든, 나에게 여행은 길 위의 도서관이었다. 놀랍게도, 길에 널브러져 있는 돌멩이, 풀 등은 하나하나 작은 책들이었고 그 저자는 죄다 '나'였다. (박세열의 '머릿말'에서)
 언론계 중견 기자들이 뜻을 모아 창간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박세열 기자와 시사만화가 손문상 씨가,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추억과 꿈을 찾아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70일 간에 걸친 남미 여행기를 풍부한 사진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책.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
(안디 홀처 지음, 여인혜 옮김/다반/292p/1만 3천원)

홀처 씨 말씀인가요? 그는 미치광이입니다. 자신이 시각 장애인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속이고 있죠. 스키로 급경사 지대를 내려오고 종종 산악스키 그룹에서 선두 주자로 달리기도 합니다. 사람을 마주치면 이름을 부르면서 말을 걸죠. 암벽 등반을 할 때면 루트를 설명해서 다른 등반가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죠. 계단을 오를 때 한꺼번에 두 계단씩 오르는 것을 관찰한 사람이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7대륙의 최고봉인 세븐 서밋 가운데 6곳의 등정에 성공한 등반가 안디 홀처의 자전 에세이. 선천적 시각 장애인인 안디 홀처는 '시각은 과대평가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귀와 코, 입, 그리고 손만으로 세계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지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을 찾아 탐사를 떠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아들을 또래의 소년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키운 부모,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마주서서 자신의 할 일을 해 온 주인공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안디 홀처는 장애를 넘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계속 키워 나갔다. 안디 홀처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하늘색'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고, 현재의 좌절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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