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캠프롱에서 진행된 시민캠프 축하공연 현장.
지난해 캠프롱에서 진행된 시민캠프 축하공연 현장.

 

그림책여행센터 ‘이담’ 만들어
 시민 창작 240권 그림책 전시
‘패랭이꽃그림책버스’가 시작점

 시민과 문화정책 의논 머리 맞대
 지역적 가치·자원 탐색 및 발굴
 유휴공간 활용 참여 전시 진행
 그림책 중심으로 프로그램 다양

“향후 81개 실천과제 연구·실천
 더 단단한 체계 갖춘 도시될 것”



지난 2019년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원주시는 대표 콘텐츠인 '그림책'을 매개로 한 생활문화 활성화와 그림책 산업 육성 방안의 토대를 마련해왔다. 그림책 도시를 조성하고자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을 개설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으며, 시민 한 사람의 삶을 찾아내 곧 문화가 되는 과정들을 찾아냈다. 그 결과 원주는 36만 5000명의 시민들이 그림책을 읽고 쓰고 기획하며 문화의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로 성장 중이다.
 
'그림책'은 문화도시 원주에 있어 시민과 문화를 잇는 대표 지역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며, 한 개인의 삶을 발굴할 뿐 아니라 이를 아카이빙하고 도시의 문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36만 5000명 시민들이 스스로 꿈꾸는 '문화도시 원주'의 곳곳을 살피며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주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을 찾은 시민들.
원주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을 찾은 시민들.

 

■문화도시 원주로서의 첫 걸음, 지역문화콘텐츠 '그림책'을 꽃피우다 = 원주시는 문체부가 진행하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이 고유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특색 있는 지역문화 프로그램을 발굴해냈다. 원주가 찾아낸 보물은 바로 '그림책'이다. 원주는 어떤 방식으로 그림책 문화를 발굴했을까.
 

원주의 대표적인 그림책 거점 공간 '원주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이하 이담)'을 가장 먼저 찾았다. 원주 따뚜공연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이담'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벽면마다 빼곡한 그림책,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림책 왕국'과도 같은 이곳은 시민 연대를 통해 '그림책 도시 원주'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이자, 시민 모두가 자신만의 그림책을 품기 위한 그림책 '여행' 센터이다.
 

시민 박정원 씨의 그림책  ‘원주 치악산 복숭아’ 속 한 장면.
시민 박정원 씨의 그림책 ‘원주 치악산 복숭아’ 속 한 장면.

이담이 특별한 이유는 원주 시민들이 직접 창작한 240권의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담은 '원주그림책문화학교'를 통해 그림책을 쓰고, 감상하고, 교육하고, 기획하는 '원주 시민'들을 만들어 냈다. 또 그림책 출판 생태계를 확인하고 아카이빙하기 위한 '한국그림책연감 2016~2020'을 발간해 창조산업의 모티프를 마련했다.
 
이담을 접한 뒤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시민 최유진 씨는 "내 이야기를 토대로 그림책을 만들고 직접 전시를 기획하며 30년 이상 웅크렸던 나 자신을 스스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러한 경험들이 내게 주체적인 '나'로서 인생을 살아갈 용기와 전환점을 제시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원주는 많은 문화적 자산 중 왜 '그림책'을 택했을까. 그 답은 2004년 개관된 '패랭이꽃그림책버스'와 '시민의 이야기'에 있다.
 

그림책 도시의 시작 ‘패랭이꽃그림책버스’.
그림책 도시의 시작 ‘패랭이꽃그림책버스’.

낡은 버스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장식해낸 '패랭이꽃그림책버스'에는 3000여 권의 그림책과 누구나 앉고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그림책을 읽고, 듣고, 연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됐다. 버스는 원주 그림책 작가들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그림책을 전달하는 거점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곳에서 시작된 그림책 이야기는 곧 시민들의 삶이 됐다. 그림책 한 권 한 권에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주시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김선애 사무국장은 "문화도시는 도시 전체와 시민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 그림책 도시의 개념을 시민의 영역까지 확장시켰다"며 "이담에서는 현재까지 약 5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으며, 모든 시민이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나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원주로운' 삶, 36만 5000개 문화도시를 꿈꾸다 = 원주가 지난해 펼쳐냈던 대표 사업체계는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거점공간 및 연계공간 조성 △문화도시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BI)·시민공유플랫폼 조성 △사회적 문화연대 사업을 통한 원주테이블 운영 및 성과 관리체계화 등이었다. 핵심은 사업의 모든 결과와 과정이 '시민 참여'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지원센터는 먼저 지역 청년 파트너 그룹과 함께 로고를 만들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도시 원주'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시민과 문화 정책을 연결해 모든 문화도시가 시민으로부터 나오게 하는 단계였다. 시민실천형 거버넌스, '원주테이블'을 운영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문화 정책을 의논하는 장을 만들었다.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테이블'에선 청소년들이 직접 원주를 탐색하고 디자인했으며, '청년테이블'을 통해 지역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청년활동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한 청년 사업을 시행하는 총 7개 기관들이 모여 청년성장지원체계 매뉴얼을 발간했으며 '문화도시 공생 테이블'에서 지역적 가치와 지역의 자원을 탐색해 문화도시의 토대와 추진 속도를 파악했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민공유플랫폼 '원주롭다' 구축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선 모든 시민이 한 명의 파트너로서 자신의 문화 행사와 정보, 참여 후기 등 '문화적 이야기'를 문화캘린더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든 문화 행사가 이곳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캠프롱 시민전시 현장.
캠프롱 시민전시 현장.

 

 
■'시민'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선애 사무국장은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확산성을 키우고 싶었다"며 "예술이 도시를 바꾸는 방식들이 시민들의 삶의 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원주 문화도시 조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시민 확산'이다. 실제 시민의 삶에 어떤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러한 결과물이 지속가능한지 등이다.
 
이를 위해 지원센터가 시도한 방법 중 하나가 '공간의 확장과 실험'이었다.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지만 활용되지 않는 원주 곳곳의 공간들을 찾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
 

68년간 미군의 임시 주둔지였던 '캠프롱'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원주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캠프롱 곳곳에서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캠프롱이 새로운 시민들의 삶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시민 이호천 씨는 "어렸을 땐 크게만 보였던 캠프롱인데, 지금은 따뜻해 보인다"며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운 공간인 만큼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9년 ‘문아리 공간’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
2019년 ‘문아리 공간’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

 

또 다른 공간의 전환은 '문아리공간'을 통해 이뤄졌다. 문아리공간은 '문화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그림책 시즌 전시와 더불어 원주 시민의 삶을 담는 전시가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지원센터는 '우리는 늘 놀고 싶다'를 주제로 옛 법원 건물을 풍성하게 채워냈다. 그림책을 통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아이엠히어' 등 시민 참여 전시를 진행해 총 관람객 4100명의 성과를 이뤄냈다. 다채로운 시민들의 삶 속 이야기를 한 곳으로 모아 문화적 관점으로 풀어낸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시민 김중석 씨는 "원주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어 시민들에게 그림책이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될 기회가 많은 것 같다"며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책도 만들고, 전시도 해보고 다양하게 활동한다는 게 작가로서도 반가울 일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원센터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이자 원주 유일의 단관극장 건물인 아카데미극장 재활성화와 구도심의 옥상 공간을 활용한 시민 커뮤니티 영화제 '원주 옥상영화제' 개최에 기여했다.
 
 
■문화도시 지정 2년차, 원주는 아직 목마르다 = 지원센터와 문화도시를 경험한 시민들은 "원주의 문화적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5년간의 사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2025년부터 다시 새롭게 피어날 문화도시 원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원주 청년들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오후대책'에서 만난 원주청년생활연구회 조국인 회장은 "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우리와 같은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 부분이 내겐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됐다"며 "지역 청년 활동가뿐 아니라 나 자신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은 "다만 늘 고민은 남아있다. 지역 청년들을 더 성장시킬 방법이 뭐가 있을지 좀 더 고심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설명했다.
 
지원센터는 향후 다양한 계층의 원주테이블을 더욱 확산시켜 81개 실천과제를 깊이 연구·실천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더 많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직접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더욱 단단한 체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또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 원주의 모든 시민이 문화적 경험들을 향유하고, 36만 5000개의 문화도시를 함께 채워가는 시민의 힘과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