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이 전세계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대 수명이 높아진 데는 소득 수준의 향상 등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의료 발전이 끼친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이미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였고, 최근에는 암·심근경색 등의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의료비를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는 철저한 자본주의식 시장경제 체제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을 이루었고, 의료제도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등을 도입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은 저비용으로 세계 최고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초등학생 때부터 주기적인 혈액검사 및 건강 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과거 50대 이후에나 받았던 내시경 등의 검사를 더 젊은 나이에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조기암이나 암으로의 이행이 염려되는 선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검진 목적의 검사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환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얼마 전에 건강검진 받았는데 특별한 게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엠아르아이(MRI)나 펫시티(PET CT)를 검진 목적으로 받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아주 기본적인 몇 가지 혈액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위내시경 또는 위장촬영술과 대변 잠혈검사 정도를 검진목적으로 시행받고 있다.
 
문제는 그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검사만을 받았으면서도, 이상이 없다고 판정받은 분들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정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대변 잠혈반응의 경우 대장선종을 가진 환자의 10% 정도, 대장암을 가진 환자의 50% 정도에서만 양성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장선종 환자의 90%, 대장암 환자의 50%가 대변검사에서는 진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변잠혈 음성 판정이 나오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오해를 한다. 요컨대,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목적의 건강검진이, 오해로 인해 오히려 병의 진단과 치료를 더 늦추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 검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검진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필요할 경우 의사와 상담을 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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