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인 조카가 얼마 전 연지공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인 동생을 데리고 산책하던 조카는 교복을 입은 타 학교 학생 4명에게 둘러싸여 동생과 함께 외진 곳으로 끌려갔다.
 
학생들은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말투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조카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있던 터라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갖고 있던 돈을 내줄수밖에 없었단다.
 
'순순히 돈을 주었다'는 조카에게, 나는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조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조카 친구들 중에는 노래방이나 오락실, PC방 등에서 위협을 받는 이들도 있다. 길에서 술에 취한 외국인이나 어른들에게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린 조카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위험한 곳은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이들의 소통과 문화생활을 모두 단절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TV에서 '안심이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교 근처 가게에 '안심이' 스티커가 붙어 있어, 평소에 위치를 알아 두었다가 위협이 있을 때 가게로 들어가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이 안심이 가게의 취지였다. 타 지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동네를 돌며 위험이 될 수 있는 지역을 알리고, 지도로 제작해 배부한다고도 한다.
 
언론에서는 연일 학교폭력 및 안보 문제가 흘러나온다. 조카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에서나 교육적인 면에서도 보다 좋은 도시가 되려면 아이들의 신변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다양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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