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또다시 대국민 사과했다. 김현준 LH 사장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두 번 대국민 사과다.
 
같은 달 참여연대는 LH 비리를 폭로했다.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값이 오르기 전 땅을 사들인 후 땅값이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면서 부동산 시장 경제를 훼손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야말로 핵폭탄급이었다. 
 
LH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국민 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주업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감시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투기를 솔선수범(?)한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커졌다. 특히 '내집마련'을 꿈꾸던 청년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주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정부는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전수 조사에 나섰고, 나아가 LH의 대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LH의 혁신안은 이번 사태로 단단히 화가 난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다. 신도시 조사 기능을 기존 LH에서 국토부로 이관하더라도 과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또 LH 직원 2000명 감축 계획도 발표했지만 세부 방안은 빠져 있다. 
 
조직 해체 수준의 혁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어서 얽히고설킨 LH 실타래를 풀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는데 자정 기능을 잃은 LH. 시간이 약은 아니다. 생선을 다시 맡겨도 될지는 LH가 아니라 우리에게 달렸다. 이 사태를 우리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해뉴스 강승우 기자 kkang@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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