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옥 대표(오른쪽)와 김동오 감독이 경쾌한 장단에 맞춰 북과 장구를 치고 있다.  원소정 기자
최경옥 대표(오른쪽)와 김동오 감독이 경쾌한 장단에 맞춰 북과 장구를 치고 있다. 원소정 기자

 

어머니 장구춤 보며 꿈 키워
가야의거리 투어공연 개최 등
작년 2월부터 공연 못해 아쉬워



"얼쑤~ 좋다!"
 
구수한 추임새와 함께 심장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한 북과 장구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북채를 쥔 손은 경쾌한 장구소리에 맞춰 '둥둥둥' 북을 울리며 우아하게 하늘을 찌른다.
 
이 소리들의 주인공은 누굴까? 바로 전문예술단체 '가야의 혼' 대표이자 '무경전통춤연구소'를 운영하는 최경옥(56) 대표와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그의 남편 김동오(62) 감독이다. 김해 서상동 김수로왕릉 앞에 있는 연구소에서 이들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 진해에서 1남 5녀 중 넷째로 태어난 최경옥 대표는 유년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주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최 대표는 "어머니가 장구를 잘 치셨다. 마을에 잔치가 열리면 어머니는 항상 장구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구웠는데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다워 '나도 언젠가 커서 어머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회상했다. 그는 "어머니의 그 재능과 끼를 물려받았는지 5살짜리 꼬마애가 수건을 빙빙 돌리며 춤을 추자 큰언니, 작은 언니, 부모님 모두 '어린애가 벌써 엄마를 닮아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며 예뻐하고 칭찬해주곤 했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최 대표의 학창 시절은 그리 단란하지 못했다. 지병을 앓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최 대표가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여의면서 집안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시집간 언니들을 대신해 일찍이 가장 역할을 맡았야만 했다. 전통춤 무용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꿈도 생계를 위해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최 대표는 25살 때부터 부산에서 에어로빅 강사로 활동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최 대표가 전통춤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열린 전통춤강좌를 수강하면서부터다. 최 대표는 "전통춤 강좌가 열리는 걸 알고 바로 신청했다. 그곳에서 나의 평생 스승인 롯데호텔 엘그린 무용단의 총감독 김원화 선생님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스승 못지 않게 전통춤에 대한 애착이 매우 깊었던 최 대표은 더 열심히 노력하며 춤을 익혔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김원화 무용가는 그에게 전통춤연구소를 운영해볼 것을 권유했다.
 
스승의 권유로 2003년 문을 연 곳이 지금의 무경전통춤연구소이자 가야의 혼 발상지가 됐다. 사실 연구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수로왕릉 앞은 노숙자들의 보금자리로 전락했을 만큼 낙후된 동네였다. 최 대표는 "연구소 앞에서 수로왕릉을 배경 삼아 미니콘서트를 열어 춤추며 악기를 연주했다. 몇 개월간 꾸준히 공연을 열다 보니 어느새 노숙자들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공연 끝에 박수를 치고 계셨다"며 "나와 지역 주민들 모두가 수로왕릉이 전통예술거리로 탈바꿈하기를 소망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대표가 이끄는 가야의 혼은 2013년 경남도의 전통예술법인단체로 지정된 후 같은 해 11월 가야의 거리 투어 공연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투어 공연에서 가야의 혼은 김해국립박물관에서 출발해 대성동고분, 수릉원을 거쳐 수로왕릉까지 김해 대표 문화유적거리를 돌며 흥겨운 소고춤, 풍물놀이 등을 펼쳤다. 관람객의 역할이 제한적인 공연장에서 벗어나 김해 대표 문화유적거리를 배경삼아 공연하며 시민들과 전통무용가가 호흡을 같이하며 하나가 된 것이다.
 
최 대표는 "공연자만 즐거운 일방의 공연은 참공연이라 할 수 없다. 무용가가 춤을 추면 이를 보는 관객들도 덩달아 신이 나 몸을 들썩이고 콧노래를 흥얼거려야 하는데 이때는 무대, 배경, 공연자, 시민 모두 물아일체 돼 완벽한 공연이 완성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찬 표정이었다. 
 
좋았던 추억도 잠시, 지난해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을 마주해 본지가 1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가야의 혼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공연을 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최 대표는 "지금은 예술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일 것"이라며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관객으로부터 힘을 얻고, 그렇게 얻은 힘을 원동력 삼아 좋은 공연을 펼치는데 이제는 관객들에게 '그동안 고생많았다' '다시 힘을 내보자'고 위로할 수 있는 공연을 열어 힘을 얻고 싶다"고 희망했다.

김해뉴스 원소정 기자 ws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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