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법정문화도시 선정 이후 진행된 '문화도시포럼 시민보고회' 기념식 사진.
김해 법정문화도시 선정 이후 진행된 '문화도시포럼 시민보고회' 기념식 사진.

 

 

역사전통중심 문화도시 유일
가야역사, 예술·관광 등 접목
민간 수익 창출 전략 구상 중

시민 참여 도시문화실험실 등
체감 가능한 사업 발굴에 총력
마을 삶 담은 기록물 제작 예정
장군차 등 미래문화자산 발굴도



105개 마을이 가꾸는 문화도시 서귀포, 36만 5000개의 문화도시를 꿈꾸는 창의문화도시 원주. 두 도시는 각각 '마을문화'와 '그림책'이라는 대표 지역문화콘텐츠를 토대로 문화도시로서의 선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해뉴스>는 기획 '문화도시 김해, 청사진을 그리다'를 통해 문화도시 서귀포·원주의 성과와 시사점을 확인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마지막인 3회차 '김해 역사문화도시 성공의 길'에선 제1차 법정문화도시에 지정된 두 도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역사문화도시 김해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문화도시 김해 = 김해시는 전국의 법정문화도시들 중 유일무이한 '역사전통중심형' 문화도시다. 김해가 가진 '가야역사'라는 특별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미래비전을 그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역사'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는 전체 문화도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없다. 따라서 시는 역사를 예술·관광·기술 등 다른 분야와 접목시켜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나아가 비즈니스화,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전략까지 구상 중이다. 이렇게 비즈니스화된 사업들은 향후 사회적협동조합 등 민간단체들의 수익을 위한 발판이 될 예정이다.
 
김해문화도시센터 이영준 센터장은 "문화도시 지정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는 당장 어떤 사업을 추진하거나 성과를 내기보다는 향후 5년, 그 이후의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에 집중했던 기간이었다.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사업들을 지체없이 진행하기 위해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결국 시민들을 만나기 위한, 시민들을 문화도시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한 과정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시민연구원이 참여하는 '도시문화실험실', 시민에게 문화도시를 쉽게 알리기 위한 '김해문화도시사용법설명서', 시민·도시가 가진 문화자산을 콘텐츠화하는 '미래문화자산', 도시역사를 기록하는 '도시가박물관', '와야문화축제' 등의 사업이 있다.
 

문화도시실험실 워크숍. 시민연구원들이 의제를 논의 중이다.
문화도시실험실 워크숍. 시민연구원들이 의제를 논의 중이다.

 

특히 도시문화실험실은 문화도시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 중의 하나다. 실험실에 참여한 시민(연구원)이 직접 지역의 의제·현안·문제점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실험적인 사업을 제안·연구한다. 문화도시센터는 이러한 문제들을 시민들이 직접 해결함은 물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시민과 행정·유관기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계층·연령·관심사·지역 별로 다양한 실험실이 탄생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의제가 나올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산업·경제·관광 등 다른 요소도 있지만 역사·문화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도시를 성장·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문화도시로서 김해가 변화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원주·김해 핵심은 ‘시민’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 필요성
문화 접근 문턱 낮게 조성해야

김해, 문화도시사용법 발간 예정
도시문화실험실 연구원이 홍보
시민이 시민에게 직접 전파키로
향후 다양한 계층 모여 정책 논의

 
■문화도시 방향성 제시한 서귀포시 = 서귀포시는 노지문화, 즉 105개 마을 각각의 문화를 주력 콘텐츠로 내세워 전국의 문화도시 중 가장 우수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섬 도시라는 열악한 지형적·물리적 환경, 코로나19 상황, 문화도시 지정 첫 해임을 감안했을 때 전국의 문화도시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김해 역시 서귀포시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 할만한 여지가 많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이광준 센터장은 "김해시는 문화도시를 이끌어갈 청년인력을 충분히 갖춘데다 발전가능성이 큰 역사문화·마을문화, 미래문화자산들을 보유하고 있고 '책의 도시', '박물관 도시' 등 각종 타이틀까지 가졌다"며 "시민 참여를 늘리면서 준비한 사업을 잘 진행한다면 서귀포보다도 더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귀포시는 105개 마을의 문화를 기록물·영상 등으로 콘텐츠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옹기마을인 구억리마을의 '노랑굴 검은굴 구억리 그릇이야기' 책자가 대표 사례다.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이 아닌, 옹기문화의 역사와 마을주민 개개인의 역사를 담고자 기획된 활동이다. 
 
김해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김해문화원은 김해의 마을문화에 대한 연구·조사·기록을 위해 앞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해문화도시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이 기록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예컨대 김해1호 '기억채움마을'인 대동면 감내마을이 그 대상이 된다면 주민 개개인의 기억·삶과 감내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기록물을 제작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 힘을 보탤 시민, 이른바 '도시를 기록하는 사람들'을 양성해 마을을 넘어 김해라는 도시 전체를 문화적으로 '재발견' 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김해오일장, 김해장군차 등 김해가 가진 유·무형의 '미래문화자산'을 발전·확장시켜 관광자원화하거나 수익창출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준비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김해문화도시포럼 '말하는 김해, 듣는 김해' 현장.
김해문화도시포럼 '말하는 김해, 듣는 김해' 현장.

 

■창의문화도시 원주에서 역사문화도시 김해를 바라보다 = 역사문화도시 김해와 창의문화도시 원주, 두 도시는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색을 띠고 있다.
 
가령 원주에 '그림책'이 있다면 김해엔 '역사문화'가 있다. 원주가 그림책을 중심으로 지역문화를 조성해왔듯, 김해 역시 고유의 역사문화를 발굴해 문화도시를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다만 원주는 특정 문화적 소재를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콘텐츠로 발전시킨 사례이며, 김해는 옛 가야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역사를 문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시민 누구나 쉽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와 김해의 역사문화가 만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역사문화적 자산들이 모여 그 결과물로서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계기가 된다면, 한층 더 문화도시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시민 참여의 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 원주의 '원주테이블'과 김해의 '도시문화실험실'이 그것이다. 원주는 청소년·청년·사업기관 등 나이·계층별로, 김해는 각 지역을 중심으로 의제 발굴과 시행이 이뤄졌다. 
 
두 도시의 방향을 더해 나이·계층·지역·직종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의제 발굴이 이뤄진다면 더 긴밀한 정책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부분이다. 실제로 김해문화도시는 현재 5개로 구성된 도시문화실험실을 향후 최대 100개로 늘려 정책을 논의하고 지역 문화 인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여기에는 농촌 마을의 고령 인구,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될 수 있다.
 
원주시창의문화도시센터 김선애 사무국장은 김해가 가야권 유일의 문화도시인 만큼 주위 여러 도시들을 문화적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시도하고 포용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주민, 워킹맘 등 문화 향유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문화 정책을 펼친다면 '시민 중심의 삶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시 자체의 문화 자원 조사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김해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시민들의 문화적 삶의 향유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문화도시센터가 위치한 김해 한옥체험관 전경.
김해문화도시센터가 위치한 김해 한옥체험관 전경.

 


■문화도시 김해 성공의 첫 걸음은 '시민 확산' = 법정문화도시 조성의 핵심이자 김해와 서귀포, 원주를 잇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시민 참여이다. 세 도시는 모든 문화적 정책이 시민으로부터 출발해 시민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확실한 구심점을 갖는다. 이는 곧 더 많은 시민에게 문화도시로서의 가치와 문화 향유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문화도시를 알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한 '와야문화축제' 현장.
시민들이 직접 기획한 '와야문화축제' 현장.


서귀포문화도시센터는 105개 마을을 직접 발로 뛰며 이장과 지역 주민들을 만나왔으며, 원주창의문화도시센터의 경우 '문화도시 원주'의 색깔을 담은 브랜드와 상품을 개발하고 시민 참여 전시·행사 등을 통해 문화도시를 알려왔다. 김해문화도시센터 역시 '김해문화도시사용법' 매뉴얼을 만들어 문화도시를 홍보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매뉴얼은 문화도시 속 행정 중심의 어려운 용어들을 이해하기 쉬운 시민의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며, 홍보는 기존 문화도시를 경험한 도시문화실험실 연구원들이 맡게 된다.
 
도시문화실험실 시민연구원으로 활동했던 문화기획자 고지현 씨는 "나 역시 문화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한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시민에게 '시작점'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주위에서 쉽게 향유할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낮은 문턱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씨는 "문화 자체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미지의 영역일 뿐 아니라 넓고 포괄적이기 때문"이라며 "문화도시 김해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아올 수 있을지,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가 어떤 것인지 충분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준 센터장은 "문화도시 시민 확산은 5년, 그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임을 안다"며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시민연구원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문화도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센터 역시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동·이현동 기자 md@gimhaenews.co.kr /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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