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은 식탁
(우에하라 요시히로 지음·황선종 옮김/어크로스/184p/1만2천원)

"왜 프라이드 치킨이 소울푸드가 되었을까요?" "그건 있잖아요, 닭의 날개 살 때문이에요. 노예들이 날개 살을 바삭하게 튀겨 먹었거든요. 백인 농장주가 내다버린 닭 날개나 발, 목 등을 흑인 노예들이 먹기 쉽게 튀겨서 먹은 거예요. 기름에 바싹 튀기면 뼈까지 부드러워지니, 백인들이 버리는 이 부위들도 뼈째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거죠. 또 굽는 것보다 번거롭지도 않고 배도 더 든든해지고 말이에요."(본문 중에서)
 
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프라이드 치킨, 오늘도 대한민국의 많은 가정에서 식사 대용으로 편하게 주문해 먹는 치킨에 흑인 노예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다. 백인 농장주들이 먹다버린 닭고기를 다시 튀겨먹었기에 프라이드 치킨이 흑인들의 소울푸드라는 것. 이 책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들을 식재료로 궁리한 재활용적 음식, 차별과 빈곤, 박해 속에서 단결해온 사람들, 그들 사이에 피어난 창조적이고 저항적인 식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이다.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강명관 지음/휴머니스트/396p/2만 3천원)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가부장제 윤리로 인해 조선 후기에도 양로연은 계속 설행되었다. 하지만 양로연을 그린 그림인 양로연도에서 여성 형상이 온전히 살아남았던 것은 아니다. (중략)이 세 점의 그림은 모두 양로연을 그린 것이지만 여성 노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또 각 그림마다 양로연을 베푸는 내력이 길게 붙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여성 노인을 초청했다는 언급은 없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이라고는 그저 춤을 추기 위해 동원된, 전각 안의 기녀들뿐이다. 한 가지, 여성에 관한 언급을 찾을 수는 있다. 환아정에서 양로연을 열었을 때 참여하지 못하는 사족 여성들에게 주육 등을 보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성을 배려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곧 애초 여성을 연회에 초청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선 전기의 양로연도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전기만 해도 여성 사족 역시 연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양로연이라는 공식 연회를 즐기는 주체가 오직 남성으로만 제한된 것이다. 여성이 연회에서 사라진 것, 그리하여 양로연도에서도 여성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유교적 가부장제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가 천천히 전락해갔음을 보여준다. (본문 중에서)
 
역사의 이면을 찾아내 보여주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고전 텍스트 해석의 전문가 강명관 부산대교수가 조선시대 그림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책은 여성을 종속적 존재로 얽매고자 한 조선시대 사대부 남성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관철하려 한 내막을 추적한다. 당시의 사회 모습과 권력관계를 읽어낼 수 있는 텍스트로써 각종 연회 그림, 다양한 미인도, '삼강행실도' 판화 등을 동원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