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지음) 속에서 루스티 베르쿠스라는 인물은 "우리의 인생에는 가끔 신비한 만남이 찾아와서 우리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나는 그 신비한 만남의 대상으로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들고 싶다. 이 책을 대하면 마치 어제까지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요동치고 또 잔잔한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이 책은 13여 년간 수감되었던 저자가 교도소라는 극히 제한된 환경 속에서 접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은 책이다. 풀 하나하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느낀 마음을, 잎 모양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들과 함께 엮었다. 단순한 들꽃의 생태나 자연과 생명의 신비 예찬을 넘어, 사유의 뜰을 깊고 넓게 심고 가꾼 책이다. 책에는 며느리밑씻개, 달개비, 제비꽃, 강아지풀, 닭의덩굴, 딱지꽃, 녹두 등 매일매일 스쳐 지나치기만 하던 온갖 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저마다 존재이유를 밝히고 세상살이의 이치를 조목조목 드러내 주고 있다.
 
저자는 특별히 어떤 풀이라고 할 것도 없이 괭이밥,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명아주 등 각종 야생초를 뜯어먹었다. 그래서 감옥 안에서 얻은 그의 별명은 '토끼'였다. 건강을 위해 야생초를 주재료로 한 '야생초차' '들풀모듬' '모듬풀 물김치' '모듬 야생초무침' 등 야생초 요리도 만들어 먹었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에 아무리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 할지라도 가만히 십 분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해 보일 수가 없고,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썼다.
 
그렇다. 사람 중에도 주위의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향기 나는 사람이 있다. 향수나 비누 냄새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향기를 가진 사람! 우리 아이들도 그런 은은한 향기를 가진 들꽃을 닮았으면 좋겠다. 얄팍한 지식과 지혜, 속도와 효율, 꼼수와 계략, 사리사욕과 거만함, 사치와 오만, 공격성과 지배성, 이런 것을 멀리하길 바란다. 아이들이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체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비꽃, 바랭이, 쇠똥나물, 사위질빵, 자주괭이밥, 민들레, 잔디, 쑥, 개망초, 뱀딸기, 박주가리, 억새, 까마중, 쑥부쟁이, 돌콩 등등이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둔 화단도 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과 대화하며 서로 어울려 저마다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 사랑과 추억을 녹인 스토리가 있는 학교, 스토리를 디자인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


>>정상률 씨는
1959년 경남 함양 출신. 현 생림초등학교 교장. 김해중·김해고·진주교대 졸업. 김해와 지역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1979년부터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주촌초등·봉황초등 교감, 합천·김해교육청 장학사를 지냈으며, 2010년 생림초등학교 공모 교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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