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의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고 있는 아빠의 다정한 모습. 사진제공=가야사랑두레.
가야사랑두레 주최 네번째 축제
이달 14일 칠산서부주민센터서 개최
사할린 동포와 함께 하는 행사도 마련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나는 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 들이고서"라는 박남준 시인의 시 제목을 연상케 하는 아름답고 정겨운 축제가 열린다. '가야사랑두레'에서 주최하는 제4회 '봉숭아꽃물들이기 축제'(이달 14일, 칠산서부주민자치센터). 입소문이 나면서 시민들이 기다리는 축제가 됐다.
 
봉숭아꽃물들이기는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 <동국세시기>에는 "부녀자들과 어린애들이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어 짓찧어서 손톱에 물을 들인다"는 기록이 있다. 어린 아이들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 주는 건, 병마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귀신이 붉은색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손톱에 붉은 꽃물을 들이면 병귀를 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 풍속.
 
축제에 가면 봉숭아꽃물들이기와 손수건 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봉숭아 화전도 먹을 수 있다. 올해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사할린 동포와 함께하는 '봉숭아 꽃잎 태극기 만들기'를 준비했다. 사할린 동포와 가족 등 70~80명이 일반시민들과 함께 대형 태극기를 만드는 퍼포먼스이다. 태극기 테두리의 건곤감리 궤는 검은색으로 설정해 두고, 태극 부분을 봉숭아 줄기와 꽃잎으로 채워가는 행사이다. 가야사랑두레 정다운(53) 대표는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은 행사 내용만 듣고도 눈물을 글썽였다. 이 분들이 같은 국민으로서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YMCA합창단, 색소폰연주단체 등의 공연도 마련됐다. 사할린 동포 하모니카팀이 참여하는 '봉숭아 가요제'도 열려 흥을 한껏 돋울 예정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데려오거나, 가족이 함께 참여해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모습은 축제의 하이라이트. 저마다 앙증맞은 절구를 받아들고, 직접 봉숭아꽃잎을 찧는다. 백반가루를 섞은 꽃잎반죽을 손톱 위에 올린 뒤, 비닐장갑 끝부분을 씌우고 종이테이프를 감으면서 할머니들은 손주들에게 추억을 들려준다. 가야사랑두레 회원들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특히 즐거워 한다.
 
봉숭아화전의 경우 지난해에는 인기가 폭발해 미처 화전 맛을 보지 못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이 모든 체험이 무료이다. 지난해에는 자연스럽게 "참가비를 100원쯤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정 대표는 "김해 시민 절반이 참가해도 될 정도로 봉숭아 꽃은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장소가 좁고 의자가 모자란다"며 "축제가 4회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입소문이 나 단체 참가를 원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특히 부산 시민들의 참가 의뢰가 많은데, 다 받아주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대성동고분박물관 근처 같은, 경전철 역 주변의 넓은 장소에서 행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경전철 이용률도 높이고, 손톱 끝의 꽃물이 마르는 동안 가야의 유적을 돌아보도록 프로그램을 짜면 김해를 홍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055-322-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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